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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플러스1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27
개빈라이얼 지음, 김민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에드 멕베인의 <10+1> 과 제목이 비슷해서 혼동을 일으켰던 적이 있었다. 지명도에 비해 평가가 좋은 책이라는 사전 지식 정도로 읽기 시작했는데, 내용은 미리 예상했던 것과는 약간 달랐던 것 같다.
레지스탕스를 지원하던 영국 정보원 출신의 주인공은 전쟁이 끝났지만, 여전히 총을 놓지 못하고 있고, 전쟁 시절의 그늘에서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다. 그리고, 그의 옛 전우들의 몇몇은 전쟁중에 죽지 않았다면, 여전히 그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이념이나 국가에 대한 충성, 신념으로 싸우던 이들이 이제는 돈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주인공이 일을 맡으면서 의뢰인의 정당성과 결백함을 담보삼아야 하는 까닭은 이러한 변화된 세상에 던져진 자신의 현재 처지에 대한 연민이기도 하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위안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그와 함께 고용된 동료 총잡이 허베이는 미국 정보국 출신의 엘리트임에도 불구하고, 킬러로써의 삶에 대한 고뇌로 알콜 중독이 된 사내이며, 레지스탕스였던 케인의 옛 연인은 역시 레지스탕스 였던 남편을 잃고 홀로 살아가고 있다. 일행이 잠시 쉬어가는 주인공의 옛 연인이 거주하는 오래된 성은 과거의 그늘 속에 뭍혀 살아가는 이같은 등장인물들을 위한 훌륭한 세트로 사용된다. 성안에서 루이스 케인은 잠시 20년전의 자신의 모습을 보았으리라.
심야 플러스 원은 단순 스릴러물로 읽어도 아주 훌륭하다고 할만큼 사실적 박진감을 놓치지 않고 있지만, 더더욱 이작품을 고전으로 만드는 것은 현실의 처절함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면서도, 웬지 그들의 싸움이 낭만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주인공과 그 주변인물들의 이러한 개인사들이 잘 엮여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일을 끝내고 돌아서는 주인공의 마지막 독백이 단지 폼잡는 주인공의 허세로 보이지 만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