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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표적 ㅣ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2
로스 맥도날드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오랫동안 별러왔던 로스 맥도널드와의 첫만남.
어디선가 읽었던 서평에서도 언급했듯이 첫작품 <움직이는 표적>에서는 루 아처의 뚜렷한 개성이 드러나거나 로스 맥도널드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가 펼쳐지거나 하는 건 아니다. 루 아처는 아직 필립 말로와의 차별성을 크게 갖지도 못했고, 로스 맥도널드 자신도 챈들러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느낌이다.
막대한 부를 축적한 거부가 등장하고, 그의 비교적 젊은 아내와 이제 막 피어오르는 나이의 천방지축 딸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파격적인 신선함 보다는 선배 작가들에 의해 검증된 길로 출발한 셈인가.
많은 추리 작가들이 데뷔작, 혹은 데뷔 초창기에 빼어난 걸작들을 쏟아 낸것에 비하면, 로스 맥도널드는 꾸준히, 그리고 차근차근 자신의 작품 세계를 완성 시킨 것이 아닌가 예상해 본다. (달랑 첫 작품 하나 읽고 평가 하기엔 경솔하겠지만, 그래서 어디까지나 "예상"이다) 그리고, 그런 연유로 로스 맥도널드와 루 아처는 닮아 보이기도 한다. 천재성보다는 성실성으로, 냉소적이기 보다는 진지함으로, 차가움 보다는 온화함으로.
행방불명 사건의 의뢰를 받은 탐정은 이런 저런 경황으로 이것이 납치 사건임을 간파 하지만, 사건은 여러 우연한 요소들을 만나면서 뜻하지 않게 전개 된다. 하드보일드 탐정들이 흔히 그러하듯, 엄청난 고생끝에 아처는 사건을 해결하지만, 어찌 보면 이 사건을 맡아서 아처가 해결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고생은 정말 엄청 했는데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아처의 초인적인 체력에 감탄했다. 거의 삼일 밤낮을 잠도 안 자고, 미행하거나, 술 마시거나, 얻어 터지거나 한다. 삼십대 중반의 나이에! 탐정의 자질은 명석한 두뇌보다는 막강한 체력이라고 웅변하는 듯 하다. ("탐정은 힘!!!"~~ 이렇게.. )
영웅의 비범함을 벗어던진 가장 현실적인 탐정의 등장, 이것만으로도 <움직이는 표적>은 "거장의 위대한 첫 발자국"으로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맥도널드라는 이름을 가진 일군(?)의 추리 작가들 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족적을 남긴, "하드 보일드의 삼위 일체" 중 한명으로 추앙 받는 "로스 맥도널드"와 그가 창조한 탐정 "루 아처". 앞으로 더욱 즐거운 만남이 있을 것 같아서 기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