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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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후반, 20대 초반에 고전 문학을 여러 권 읽었다. 이 책도 그 즈음에 읽었던 책이다. 지금은 책을 읽다가 생각할 거리가 많거나 이해가 잘 안 되면 책장이 잘 안 넘어간다. 독서를 그만두기도 한다. 어렸을 때는 오히려 책장이 잘 넘어갔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다. 물론 읽은 내용은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 읽었다는 기억만이 있을 뿐. 경험도 적고 생각도 얕으니 《죄와 벌》이니 《부활》이니 《젊은 베르트르의 슬픔》이니 뭘 알고 읽었겠는가. 그런데도 쭉쭉 읽어나갔다는 건 활자와 겉으로 드러난 것만 읽고 넘겼단 얘기다. 인생을 정말 모르니까, 그게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 다시 이 책을 읽으니 역시 어려운 책임을 실감했다. 뒤로 갈수록 버거워서, 얼른 마무리를 지어주면 안되냐고 쿤데라에게 떼를 쓰고 싶었다.
프라하의 역사를 같이 공부하며 읽으려니 점점 더 무거워지는 독서였다. 쿤데라의 철학을 이해하기엔 내 지적 능력이 많이 모자란다. 내 수준에 맞게 단순화해서 해석할 따름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랑의 관계에 있어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게 된다. 남의 관계에 함부로 자를 대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랑의 형태는 존중하지만 당사자들 중 누군가 상처를 받을 수 있음도 고려해야 한다. 지켜보는 구경꾼 말고.

토마시는 테레자를 사랑하고, 자신의 여성편력으로 테레자가 상처를 받는 걸 마음아파하면서도 계속 다른 여자들과 자야만 하는 사람이다. 일종의 중독이다. 평소의 연애관을 깨고 테레자를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그는 그 부분은 깨지 못한다. 상대를 내 식대로 변화시키려는 것과 그대로 인정하는 것 사이의 문제를 테레사는 극복했는가? 시골로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된 것 같지만 그들 사이는 뭔가 허전하고 피곤해 보인다. 사비나와 프란츠 얘기까지 하자면 길고 복잡해진다. '비밀독서단'에서 보니까 이동진씨는 딱딱 정리가 된 것 같은데 난, 한참 멀었다.

한두 번 읽고 감을 잡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쿤데라의 다른 책들을 읽고, 체코의 역사도 더 들여다보고, 체코의 다른 작가도 접해보고, 나이를 더 먹고 다시 이 책을 만나보면 그땐 어떤 느낌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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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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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감동을 받을 만한 소설들을 읽고 싶어했다면, 요즘엔 그와 다른 소설들을 읽어보고 싶다. 공포나 범죄, SF소설, 아픈 역사적 사건에 대한 소설 등등.

우연히 팟캐스트를 통해 제이스 캐롤 오츠를 알게 되었고 그의 작품 중 하나인 이 《좀비》라는 제목이 시선을 끌었다.

연쇄살인범의 입장에서 쓴 일기 같은 짤막한 서술들은 아주 담담하다. 내용은 잔인하기 그지 없지만.

자신에게 순종할 좀비를 만들기 위해서 어린 남성들을 잡아다 심리학 책에서 본대로 해보는 장면들은 생생히 상상히 되어서 끔찍했다. 보통의 연쇄살인범들이 그러하듯 쿠엔틴에게서도 죄책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 연쇄살인사건 얘기를 듣거나 연쇄살인 영화나 드라마, 책 등을 접할 때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왜, 무언 때문에 그런 잔인한 짓들을 저질렀는가? 어릴 적의 학대나 방치 같은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하지만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낸 모든 아이들이 자라서 연쇄살인범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주인공 쿠엔틴은? 그에 대한 답이 이 책에서 딱히 나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의 배경은 무난하고 가족들은 그를 아끼고 화목한 듯 보인다. 선천적인 문제라고밖에 볼 수 없는 걸까?

이 책은 연쇄살인범 제프리 다머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고 한다. 검색해보니 이 책 내용과 많이 비슷했다. 그가 사망하기 전에 자기가 한 일들을 서술하는 인터뷰 화면이 있는데, 그 침착하고 덤덤한 태도가 놀라웠다.

알라딘 인터뷰 글에 의하면 조이스는 일반적인 우리와는 아주 다른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연쇄살인범에 매료되었고, 그것을 표현했다고 한다. 매료까지는 아니더라도 전혀 다른 인종 같은 그들이 왜 생겨나는건지 나도 참 궁금하다. 연쇄살인 이야기를 다루는 다른 작가들은 그들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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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문학 교수이자 시인인 저자가 독일어 문학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서 그 소회를 적은 책이다.

시, 더욱이 외국 시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왠지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에.
여전히 이 책의 시인들도 낯설고 발췌된 시들도 낯설다.
릴케, 괴테, 카프카...낯익은 그들의 글은 아주 오래전에 소설 한 권씩 읽은 정도?
내용은 머릿속에 거의 없다.

이 책을 초반에 읽을 때는 그랬다.
독문학을 전공하고 평생 그 작가들을 사랑해온 저자가 이 여행에서 받는 감격이 이해는 됐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와닿지 않았다.
나는 그 작가들을 사랑하지도 않고 심지어 알지도 못하므로.

계속 읽어나가다 보니, 작가들의 살아온 삶을 유추해보면서 감정이입이 되기 시작했다.
문학을 하는 사람, 시를 쓰는 사람의 고뇌와 현실적 아픔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시를 쓰고 싶은데 억눌러야 했던 전영애씨의 욕구에 대한 생각도 함께 해본다.
그게, 그녀가 뭐에 이끌리듯 시간을 쪼개가며 이런 여행을 하는 거랑 연관이 되는 것 같다.
살아있는 작가 라이너 쿤체와의 만남으로 알을 깨고 밖으로 나오려하는 조짐에 저자에게 응원을 보낸다.

책 속에서 '간절함'이란 단어를 보았다.
시인들의 간절함, 저자의 간절함.
그리고 내 안에 들어있는 문학적 간절함.
거기에 더 다가서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펑 하고 터지는 건 아니지만 살살 바람이 들어가며 발동 걸리기 직전의 기분이랄까.
발동 걸리게 할 계기를 잘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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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21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 시, 번역된 것으로 읽으면 원전과 많이 차이가 납니다. 외국어 잘하는 사람들이 시심이 뛰어난 것은 아니거든요. 오히려 그 반대지요. 번역시는 될 수 있으면 원어로 된 시를 같이 두고 음미하는 것이 시 감상의 좋은 방법입니다. *^
 

약국에서 일한지 일주일이 됐다.
격주로 토요일을 쉬는데 이번부터 내가 쉰다.
토요일도 쉬니 주말이 참 달콤하다.
상대적으로 월요일은 출근하기가 매우 싫을 것 같다.

이 직업이 쉬운 직업은 아니다.
점심시간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다.
저번 직장에서 점심시간을 넘기는 일에 예민해하던 사람들이 보면 기함하겠지?
또 약을 다루는 거라서 되게 예민하고 정확해야 한다.
긴장을 풀면 안되는 일이다.
그게 참 어려운 부분이다.
실수가 치명적일 수 있다는 건 무서우니까.
자잘한 일도 참 많고 이런 예민한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여는 짜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제대로 된 급여를 받기가 어렵다.
난 왜 그런 쪽으로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되기도 한다.
대학 과를 선택할 때도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저 내가 좋은 것만 생각했다.
현실 감각이 전혀 없었고 세상을 전혀 몰랐던 게지.

나이가 듦이 점점 아쉬워진다.
지금 뭔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상황이 열악하고, 그에 관해 절박하지 않다.
생계를 위해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고, 그렇다고 잠을 줄이고 시간을 쪼개가며 나를 계발할 열
정이나 간절함이 있지 않다.

너무 늦은 나이인 것 같진 않은데, 그 간절함이 덜하다는 게 문제이다.
오히려 일을 함으로써 간절함이 차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자란 시간, 모자란 체력 속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기지 않을까.
막상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모르고 늘어지고 나태해졌으니 말이다.

간절함을 채우자.
뭔가를 절절하게 시작해보자.
없는 시간을 쪼개서 하루 10분만이라도 매일 도전해보자.
그걸 뭐로 할까?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할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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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6-02-21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의 버킷 리스트 작성하기. 매일 조금씩 해보기^^

작은나무 2016-02-21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감사해요 나비종님^^

비로그인 2016-02-21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하는 일을 해야 행복해집니다. 진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세요. 행운을 빕니다. ㅋㅋ

작은나무 2016-02-2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배익화시인님, 한번 잘 찾아보려구요. 감사해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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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처음 읽었다.

<용의자 X의 헌신>은 영화화돼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는 대부분 스릴러물을 썼는데 이 책은 조금 다른 유형이다.

하지만 추리물의 구성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세 명의 좀도둑이 도둑질을 하고 잠깐 피신해 있던 나미야 잡화점에서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예전에 나미야 할아버지가 진행했던 상담 편지가 과거에서 오는 것이다.

세 좀도둑이 답장을 하면 과거의 그 질문자가 받는다.

그런 질문과 답이 몇 차례 이루어진다.

동시에 나미야 잡화점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그려낸다.

 

책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모두 나미야 잡화점, 그리고 근처 화광원이라는 보육원과 연관이 있다.

추리물에 나오는 단서들이 마지막에 딱딱딱 맞춰지는 것처럼, 책의 인물들도 그러하다.

좀도둑들이 보낸 답장에 영향을 받고 살아온 인물을 현재 시점에서 다시 만나기도 한다.

기가 막힌 연결 고리라는 생각이 들지만 거기까지다.

그 이상의 감동이나 희열은 만나지 못했다.

내가 너무 건조하게 이 책을 읽었나?

 

이 책은 그저 잡화점을 둘러싼 인물들이 결국은 서로 다 얽혀 있고 연관되어 있다는, 그 기가 막힌 구성에만 집중된 것 같다.

그래서 별 감동이 없었다. 그저 '재미있네' 하고 끝.

잘 읽히긴 했지만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인물들의 사연이 계속 나오면서 후반부에 가서는 지치기도 했다.

이 얽히고 설킨 이야기들이 이제는 좀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첫 인상은 이 정도라, 앞으로 그의 책을 찾아 읽게 되기까지는 아마 한참 걸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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