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문학 교수이자 시인인 저자가 독일어 문학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서 그 소회를 적은 책이다.
시, 더욱이 외국 시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왠지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에.
여전히 이 책의 시인들도 낯설고 발췌된 시들도 낯설다.
릴케, 괴테, 카프카...낯익은 그들의 글은 아주 오래전에 소설 한 권씩 읽은 정도?
내용은 머릿속에 거의 없다.
이 책을 초반에 읽을 때는 그랬다.
독문학을 전공하고 평생 그 작가들을 사랑해온 저자가 이 여행에서 받는 감격이 이해는 됐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와닿지 않았다.
나는 그 작가들을 사랑하지도 않고 심지어 알지도 못하므로.
계속 읽어나가다 보니, 작가들의 살아온 삶을 유추해보면서 감정이입이 되기 시작했다.
문학을 하는 사람, 시를 쓰는 사람의 고뇌와 현실적 아픔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시를 쓰고 싶은데 억눌러야 했던 전영애씨의 욕구에 대한 생각도 함께 해본다.
그게, 그녀가 뭐에 이끌리듯 시간을 쪼개가며 이런 여행을 하는 거랑 연관이 되는 것 같다.
살아있는 작가 라이너 쿤체와의 만남으로 알을 깨고 밖으로 나오려하는 조짐에 저자에게 응원을 보낸다.
책 속에서 '간절함'이란 단어를 보았다.
시인들의 간절함, 저자의 간절함.
그리고 내 안에 들어있는 문학적 간절함.
거기에 더 다가서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펑 하고 터지는 건 아니지만 살살 바람이 들어가며 발동 걸리기 직전의 기분이랄까.
발동 걸리게 할 계기를 잘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