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책의 기준은 여럿일 수 있겠으나, 나의 경우 나를 움직이게 하는 책이 그렇다. 조정래 작가의『정글만리』는 중국에 대한 나의 편견과 무지를 자극하고, 관련 서적을 찾아 읽게 했으며, 책 속에서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더욱이 폭넓은 독자층이 가능하다는 점도 호평의 이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보내지 마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동요되었다, 라고 해야 옳다. 바로 인지할 수 있는 급격한 바람, 물살, 힘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차오른 무엇인가에 종국엔 다 젖어버리고 그 부피만큼을 오롯이 내어주어야 했을 때에 오는 생경함에 당혹스럽다. 인간의 장기이식을 위해 복제된 클론, 캐시와 그 동료들의 유년과 우정, 사랑의 미묘한 감정들이 작가의 독특한 문체에 기대 내면으로 파고든다. 시종일관 정적이고 담담하며 비밀스럽기까지 한 사건 전개가 전혀 지루하지 않은 건, SF와 성장소설을 결합시킨 독특한 설정 때문일까. '인간'의 클론은 기술적인 발전과 도구적인 역할이라는 목적성만이 아니라, 그 객체의 속성까지 닮아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 사유하고, 성장하는 존재 자체로의 의미까지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한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있나요?'라는 캐시의 물음에 누가 그렇다고 확답할 수 있겠는가. 질병과 죽음에 대처하는 잘못된 인간의 이기가 만든  또다른 공포와 비애를 확인했을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의 바다 -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고모의 편지와 나(은미)의 일상이 교차 전개되는 정한아의 『달의 바다』는 결코 '달의 바다'를 둘러가지 않는다. 즉, 글의 도입을 여는 첫 물음,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 있어요?'로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달의 '실체'와 달의 '바다' 사이에서 언제고 '바다' 곧, 꿈꿀 수 있는 여지를 택했다는 말이다.  

 바다의 속성은 건축이 불가한 '無'로의 회귀다. 따라서 '바다'를 추구한다는 것은 한낱 신기루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실제'와 실제보다 더 절실한 '허구' 중 어느 것이 더 현실에 가까운 현실이라 말할 수 있을까. 겨냥하는 자를 지배하는 추구, 그것은 그런대로 그의 현실일 수 있지 않을까.  

 소설,『달의 바다』는 미숙하다. 그러나 척박하거나 허망하지는 않다. 그 일관된 긍정이 성긴 문체에 상처입지 않을 온기를 입혔으므로. 또한, 삶을 긍정하는 20대의 건강한 자아가 다시 한 발 '진짜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므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정의 픽션
박형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접한 작가들, 이를테면- 생태적 관점에서 자본주의 및 물질 문명을 비판하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소설에 투영한 세풀베다나, 환경의 변화에 따라 출현한 현 인류의 변종 즉, 다양한 심토머들을 등장시켜 사회 곳곳에 포진한 소외의 징후들을 기발한 상상력과 인간애를 잃지 않은 감성으로 엮어낸 김언수의 책은 독자로서의 내게 큰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박형서의 책을 막 읽었다. 서가에 꽂혀 있는 걸 '자정의 픽션, 픽션의 자정?' 이러다 여러번 지나쳤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신나게 읽어 줄곧 득템((?)한 기분이다.
 소설집은 논쟁의 기술, 날개, 노란 육교, 두유전쟁 등 총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작품의 집필동기가 마지막 작가의 말에 간단하게 나와 있다.
 작가가 '자정'에 대해 '동시대에 서사문학이라는 대가족 안에서 소설이 태동하던, 태아처럼 웅크린 채 자신의 미래에 대해 홀로 자문해보던 근대 이전의 저 먼 '새벽'을 의미'한다고 말한 바, 이 책은 '소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 개인의 실험적 궁리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구조적인 면에서, 현실과 픽션의 경계가 명확한 여타의 소설처럼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작가의 실제 사건이나 주변 인물들이 얼렁뚱땅 들어와버렸다고 할까. 
 비단 이런 생뚱함은 구조적인 면에서 뿐 아니라 이야기 자체에도 있다. 이를테면, 말을 툭 내던지고 또 그를 설명한답시고 개연성 없는 말을 이리저리 둘러대다 '뭐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 하고는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버리는 것이다. 작가는 마치, 본책 '논쟁의 기술'에서 예로 들었던 말 돌리기나 괴상한 어법, 딴청 부리기, 막나가기 등을 내내 구사하는 듯 보인다. 
 허나, 묘한 것은 이런 요소들이 이야기의 흐름에 있어 어떤 이물감이나 불쾌감을 유발한다기 보다 웃음의 기재로 작용한다는 것이다.아무 생각없이 읽다가는 작가의 상상력과 재기에 놀라고 뭘 생각하려다가는 그 말발과 망상에 허허실실 할 수 밖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달 사두었던 김연수의 신작,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읽었다. 아니, 아니 읽었다. 읽는 내내 몇번이나 책을 놓았는지 모른다. 그의 글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건 전작을 통해 확인했지만 이번 글은 심하다. 도통 모를겠을 말튀김인 것만 같고 예전 진중권의 '앙겔루스 노부스'를 읽을 때처럼 그저 말을 위한 말인 것처럼 허허롭다. 소설을 두고 이리 말하는게 스스로도 아이러니하지만 그가 시대에 매몰된 개인을 구조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그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사건과 시대사는 그 정교한 구현에도 불구하고 말 그대로 배경 곧, 장치로써 나열될 뿐 작가가 집중하는 것은 개인의 보다 근원적인 정체성이다. 즉, '고난에 찬 한국 현대사가 개인의 삶을 모두 똑같이 만들버렸'다 해도 개인이 개인일 수밖에 없는 주관, 서사 속에 숨겨진 서정을 끈임없이 탐구하는 작가가 그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그의 경향은 서사의 구성이 주는 재미와 함께 <나는 유령작가...>에서 내가 반한 구석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자신을 향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 과정은 지리한 동어반복을 수반할 수밖에 없고 질문이 확장될수록 잡히지 않는 관념이 난무하게 되는데 그게 지나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는 얼마나 진지한가! 그의 자의식이야 어찌 되었건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면 독자가 작중인물의 하품나는 말들을 계속 듣고 있는 건 곤욕이다.        
 김연수는 한국일보(07.10.01) 인터뷰에서 "이전엔 주로 주제를 명확히 드러내는데 집중했다면 이번 작품은 이야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야기가 자유롭게 흘러 나오도록 방치를 했다고 할까요. 그게 장편의 속성에도 맞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야기의 방치는 책의 두께는 늘렸을지언정 장편을 끝까지 읽어야하는 독자의(로서의 나의) 집중도 역시 방치하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