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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동요되었다, 라고 해야 옳다. 바로 인지할 수 있는 급격한 바람, 물살, 힘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차오른 무엇인가에 종국엔 다 젖어버리고 그 부피만큼을 오롯이 내어주어야 했을 때에 오는 생경함에 당혹스럽다. 인간의 장기이식을 위해 복제된 클론, 캐시와 그 동료들의 유년과 우정, 사랑의 미묘한 감정들이 작가의 독특한 문체에 기대 내면으로 파고든다. 시종일관 정적이고 담담하며 비밀스럽기까지 한 사건 전개가 전혀 지루하지 않은 건, SF와 성장소설을 결합시킨 독특한 설정 때문일까. '인간'의 클론은 기술적인 발전과 도구적인 역할이라는 목적성만이 아니라, 그 객체의 속성까지 닮아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 사유하고, 성장하는 존재 자체로의 의미까지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한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있나요?'라는 캐시의 물음에 누가 그렇다고 확답할 수 있겠는가. 질병과 죽음에 대처하는 잘못된 인간의 이기가 만든 또다른 공포와 비애를 확인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