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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뿌리
조세희 지음 / 열화당 / 1985년 9월
평점 :
품절
지난 밤 나는 무던히 아팠다.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값싼 눈물을 소매로 훔쳐내고 편안한 잠자리에 누워 가벼운 아침을 맞는 일뿐이었다. 삶과 유리된 이상을, 가치를 말하고 싶지는 않다. 취객의 논리로 '세상이 미쳤다'고 외치는 것은 순간의 객기일 뿐 숙취와 함께 날아가버릴 말이라면 굳이 근심하는 표정은 사치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그들의 상처에 보상할 의무가 있다.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또 다시,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