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실용서를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실용서라고 해놓고 마음가짐에 대해 90%를 채우고 정말 실천할 거리라곤 할 수 없는 일을 늘어놓는 책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나의 절실함과 작가의 진정성이 잘 만나면 실용서가 빛을 발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다.

 

내가 실용서가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외국어 학습지도, 자수나 드로잉에 관한 책도 발음연습에 관한 책도 사보았는데, 그 책들을 사면 언젠가 외국어를 잘하게 될 것만 같고 언젠가 자수를 하게 될 것만 같다. 그런 기대감이 좋다. 아마 김민식 피디의 이 책도 많은 사람들의 그런 기대감을 건드렸을 것이다. 만약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담고 있다면? 더욱 좋겠지. 책 한권을 못 외우랴, 그렇다면 나에게도 희망은 있다, 라고.

 

남편은 내게 늘지도 않는 영어공부는 왜 그리 열심히 하느냐고 묻는다. 나의 영어 실력은 달팽이 같다. 100을 공부하면 10쯤 는다. 그래도 늘긴 느는 것 같다. 여행갈 때마다 조금 더 말하게 되긴 하니까. 곰실곰실 영어원서 소설도 읽고 있으니까. 써먹을 날이 있을까, 라는 회의가 들기 시작하면 공부가 하기 싫어진다. 여기에 대해 저자는 이런 말을 한다.

 

매일 영어 공부를 한다고 훗날 영어를 사용하는 일을 하게 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영어 공부를 그만 두면 영어를 쓰는 일에 종사하게 될 가능성은 제로다.

 

이 책에는 일단 영어공부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많다. 좋은 사이트 등을 소개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미덕은 구체적인 미션을 준다. 소개한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을 외워보자. 지금은 40일 즈음을 외우고 있다. 사실은 그 전에 회화 패턴 책 한 권을 다 받아쓰고 나만의 책을 만들기도 했기 때문에 기본 문장 정도는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민식 피디도 말했지만, 머리로 알고 해석할 줄 아는 게 말이 되어 나오는 건 아니란 것을 외우면서 실감했다. 이 책, 만만치 않다. 하루하루를 채우는 것도 쉽지 않지만 과거로 돌아가 외운 것을 확인해 보면 까먹어버린 것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그렇게 나선형으로 외워서 다지기를 하면 확실히 나도 모르게 입에서 영어가 튀어나오긴 한다.

 

나는 영어 한 마디를 할 태세가 되어 있고, 다만 먼저 말 걸 용기가 없으므로 누군가 말을 걸어주기를 수줍게 기다리건만, 50대 한국 아줌마가 영어로 대답해주리라 기대하는 외국인은 별로 없는지 아무도 다가오지 않는다(나라도 외국 나가면 젊은이들에게 말을 거니까). 써먹을 일 없어서 혼자 중얼거린다. 그러나 기회는 준비된 자의 것.

 

나는 여행을 좀 더 즐겁게 다니기 위해서 영어가 필요하다. 언젠가 동화책 번역을 하고 싶다. 한국어교사자격증이 있는데 언젠가 외국인을 가르치게 될지도 모른다. 읽고 싶은 영어 원서도 무척 많다. 또 아는가? 내 아들딸이나 손주가 외국에 유학을 갈 때 따라가게 될지? 또 아는가? 외국에 나가서 현지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 생길지? 그런 일이 안 생기면 또 어떤가. 난 지금 로알드 달의 <마틸다>를 원서로 읽고 있다. 모르는 단어가 수두룩한데도 너무나 재미있다. 궁금했던 부분들은 서점 갔을 때 한국어로 찾아 읽기도 한다(일부러 한국어판 책을 안 샀다.) 재미있다! 실력이 늘면 마틸다를 읽는 속도도 는다. 그게 느껴진다. 좋지 아니한가? 심지어 결국은 영어를 써먹지 못하고 죽을지라도 언젠가는이라고 생각하며 기대감을 품었던 시간 자체를 즐길 수도 있다. 목적이 없이 그저 즐기기 위해서도 취미생활을 하는데,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지만 않는다면 영어공부를 즐기며 놀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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