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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1~3권 세트 ㅣ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래리 고닉 글.그림, 이희재 옮김 / 궁리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한겨레 신문에 이 책 서평이 실린 것을 보고 당장 구입했었다. 터키 여행을 앞두고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만화를 펼친 순간 여태껏 많이 보아오던 학습만화와 달라서 참 좋았다. 그림 필치는 자기 색깔이 뚜렷하고 필자의 해박함도 만화의 유치함을 뛰어넘는다. 얼마나 정확한 번역인지는 모르지만 농담 따먹기 하듯 하는 말투가 만화 읽는 재미도 준다. 1권은 괜찮았다.
그러나 2권을 읽어가면서 슬슬, 왜 그런 것 있지 않나,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삼국지 같은 것 읽다보면 드는 생각, 권력을 가진 놈들은 형제도 부모도 눈에 들지 않는다, 민중을 갈취하고 타민족 국가를 많이 정복한 살인마들은 위대하다고 추앙받는다, 역사란 기록에 남는 놈들의 것이다... 라는 혐오감 말이다.
그런 '역사혐오증'은 서양역사를 중심으로 공부하면서 이미 중고등학교 시절 거쳐오지 않았던가. 그래서 대학시절엔 또 다른 역사를 또 다른 시각을 목마르게 찾아 헤매곤 하지 않았던가.
지금도 그 과제는 해결이 잘 되지 않아 아들에게 어떻게 저 두꺼운 것을 읽힐 것인가 고민하면서 세 권짜리 네루의 '세계사 편력'을 사다 놓고 한숨을 쉬고 있는 판이었다. 신문 서평은 마치 나의 이런 고민을 일거에 해결해 주기라도 할 것만 같았단 말이다. 그런데...
너무나 방대한 세계사(아니 사실은 서양사다. 이 만화는 동양에 대해 해박하게 접근하고 있지만 그 기록의 시선은 서양사를 기록하는 지배자 중심의 역사관을 벗어나지 못한다) 는 만화로 그려지면서 복잡복잡해진다. 복잡해질 수록 농담은 걸리적거린다. 이놈이 저놈과 결탁하고 그놈을 죽여서 칼리프가 되고 황제가 되었다가 쫓겨났다가... '그게 과연 중요한가' 하는 생각이 그 반복되는 지저분한 게임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만화가 스스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자도 없고 민중도 없다. 그리고 대개의 역사가 그렇지만 정치사 중심이다. 물론 이만하면 입체감이 없지 않은 편이지만(특히 자연사 - 물론 1권에 불과하지만. 그리고 문화적 이해도 없지 않다) .
게다가 필자의 '위트'는 모든 문화와 역사에 대한 '비아냥'으로 나타난다. 그것을 공평한 시각으로 볼 수 있을까. 이슬람교의 전파자도 심지어 예수도 어떤 권력자도 '재밌게' '가볍게' 그려진다. 역사의 진정성은 없는가. 칭키스킨도 알렉산더도 알고 보면 대단한 놈들도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형편없는 책이란 뜻은 아니다. 이렇게 혹평을 하는 것도 사실은 책에 대해 무척 기대를 하고 초반만 해도 높이 평가하면 읽었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학습만화로 이만한 책을 보기 힘들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른다. 이원복의 책에서 느껴지는 '가르치려 드는 진지함' 의 정반대에 서 있다고 할까. 여하튼 아들은 아직 순진하게 1권을 읽고 있을 뿐이지만 다 읽은 나는 다른 시선의 세계사를 찾아 읽고 싶은 엄청난 '동기부여'를 이 책을 통해 받았다. 그게 가장 큰 소득이랄까. 좋은 세계사 책 누가 소개좀 해 주시면 감사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