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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서양미술사 1~5 세트 - 전5권 ㅣ 만화 서양미술사
다카시나 슈지 엮음, 정선이 옮김, 이수홍 감수 / 다빈치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오늘 아침 이 책을 받고 두 권쯤 읽었다. 이렇게 빨리 서평을 쓰는 이유가 있다.
중2 아들 방학 숙제에 미술사 정리가 있다. 미술사라면 내가 잘 도와줄 자신이 있다. 미술사, 미학, 미술평론 따위는 평소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미술 실기 교육도 받고 싶고 내 전공과는 무관하게 미술사학 등을 더 공부하고 싶을 정도로 관심이 있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꿀처럼 달콤하게 통독한 지 오래다.
연대표를 보고 강의하다시피 해서 숙제를 도울까도 생각했지만 중요한 건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지난 번 만화 세계사를 구입할 때 서양미술사도 만화로 있다는 서평을 읽은 기억이 나서 찾아 보았다. 리뷰의 평점은 매우 높았다. 정말 기꺼이 당장 구입하고 싶을 만큼.
그래서 오늘 아침 받아본 이 책, 크게 점수를 주고픈 면과 점수를 확 깎고 싶은 면이 있다. 우선 중간중간의 만화는 정말 초딩용이라는 느낌이 든다. 많은 초등학생용 학습 만화의 어설픈 필체가 거슬린다. 그림솜씨는 그렇더라도 화가나 미술사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짧은 쪽수 안에 큰 그림으로 채워넣다보니 흐름이 뚝뚝 끊긴다. '폼페이' 부분만 해도 어설피 읽거나 폼페이가 뭔지 잘 모르는 처음 읽는 사람이 보면 그곳이 화산 폭발로 멸망하고 그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 발굴되었다는 사실을 거의 이해하기 어렵다.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인용된 도판들은 정말 훌륭하다. 화질도 좋고 큼직하다. 내가 이런저런 책들에서 작게 보았던 그림들이 큼직하고 선명하게 실려 있어서 오히려 새삼스러운 것들도 있다. 게다가 시대별로 당시의 지도를 알기 쉽게 먼제 제시하고 있어서 세계사의 흐름과 미술사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흔히 곰브리치 식 서양미술사의 시대구분이 교과서에서도 많이 인용되는 현실에 맞춰 요점정리도 잘 된 편이다. 물론 깊이 있는 미술사나 이론을 공부할 생각으로 보면 이런 평가를 하진 못하겠지. 아무래도 초중등생을 독자로 염두에 두고 만든 책일테니까.
나는 개인적으로 평가자의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학습효과가 있을까 없을까를 염두에 두고 책을 읽고 있지만 한편 내가 복잡하게 읽었던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간결하게 정리되는 느낌도 나쁘지 않다. 아니 어쩌면 이미 선행학습된 부분이 총정리되기 때문에 재미있는지도 모르겠고 아무것도 모르고 읽는 아이들은 어떤 느낌일지를 귀기울여 들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숙제용으로 학습용으로 일단 매우 훌륭하다 . 자료가치도 높다. 복습용으로도 너무 좋다. 별로 많지도 않은 만화가 조밀하고 그림이나 구성이 치밀했더라면 이 책은 거의 완벽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