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야간비행 - 정혜윤 여행산문집
정혜윤 지음 / 북노마드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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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정혜윤의 여행기(를 빙자한 수필)이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좋은 글을 만나면 이 글 쓴 이가 누구지? 하고 이름을 새겨보게 되는데, 그렇게 만나 좋아하게 된 작가 중 하나가 바로 정혜윤이었다. 그이의 문체는 어딘가 프랑스 풍이고 의식은 왼쪽에서 역동한다. 한 곳에 머무르기를 거부하는 자유영혼에 세련된 감성의 소유자이면서 한 편 발을 땅에 딛고 있고 현실의 아픔을 아파할 줄 안다. 세련된 좌파, 혹은 현실에 발 딛은 리얼리스트...

 

여행기라는 게 자기도 가보고 싶거나 가 보았던 곳의 여행기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나도 6,7년 전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다녀왔는데 감동받은 지점은 다르지만 반가운 느낌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특히,

 

포르투갈 리스본의 가게들 그 가게가 어떤 곳인지 알고 싶다면 문을 열고 쑥 들어가 봐야만 했어. 가게 입구가 대부분 좁고 길어서... ‘렛 미 인

 

 

그랬다. 3일밖에 머물지 않아서 그런지 유난히 더 아름답고 아쉬웠던 리스본의 모든 길들은 언덕 위 혹은 아래로 펼쳐졌고 가는 곳마다 골목이 있었다. 들여다보고 싶고 들어가 보고 싶은 길목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다시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꼽으라면 과감히 포르투갈을 꼽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또다른 부분이 있다면 반딧불이를 본 여행지 이야기이다. 나 역시 가끔은 그런 대자연의 장관을 보러 여행을 가고 싶어진다. 다만, 그런 특별한 경험을 하려면 감수해야 할 것들이 있겠지. 불편한 교통이라든지 숙소라든지... 몽골 사막의 별밤, 히말라야의 설산, 북극의 오로라... 아직은 사람들의 저잣거리가 더 궁금해서 시장통으로 학교로 거리로 도서관으로 다니는 편이지만 말이다.

 

정혜윤은 그의 또 다른 에세이에서 시인 송경동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나는 좋은 독서는 꼬리를 무는 독서라고 생각한다. 생각을 연장하고, 새로운 과제를 마음에 담게 하고 또 다른 책을 소개받는 독서. 이 부분을 읽고 나는 송경동의 새 시집을 샀다. 아마도 남편이 이미 샀을 가능성이 높은 시집을 확인도 하지 않고 샀다. 그리고 그 밤, 한참 그의 시로 보냈다. 송경동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 아픔의 현장에 늘 함께 했던 그 시인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정혜윤의 책을 통해 알게 되었던 것이다. 정혜원은 <스페인 야간비행>에서 말한다.

 

사회가 너는 필요없어!’ 하고 쫓아내버린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전통적으로 문학이 해왔던 일 아니겠니?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문학은 무언가를 할 수있어야 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무언가의 대부분은 감성적 위로, 때로는 이성의 놀잇감 역할일 때도 많지만 사회적 변화를 위한 무언가를 해내는 경우도 많다. 문학이라는 것의 존재 이유가 궁극적으로 상처 입은 영혼을 어루만지기 위함이라면 역시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이 좀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초석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송경동은 그런 문학인이며 정혜윤은 그런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또 다른 글쟁이이다. <스페인 야간비행>은 물론 자의식이 짙게 드리워진 자기 자신의 읊조림 같은 에세이지만 정혜윤 글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사랑하는 이라면 이런 에세이의 독특한 분위기도 좋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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