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 동네서점의 유쾌한 반란
백창화.김병록 지음 / 남해의봄날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남편은 마당이 있는 집을 찾느라 바쁘다. 농사를 짓겠단다. 나는 교외로 나갈 생각이 없지만 남편은 얼른 농사를 짓고 싶어서 안달이다. 남편이 외아들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시어른들을 모셔야 하는데 몇 년 전 시아버님이 뇌출혈로 잠시 입원해 계실 때 함께 살아야 하는 날이 한 걸음 다가오고 있음을 우리도 절감했다. 다행히 지금은 건강을 회복하셔서 같이 살 준비를 하자는 우리의 제안에 어머니, 아버님이 손사래를 치시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혼자되신 나의 어머니도 늘 당신이 살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하고 늙은 것을 아쉬워하셔서 언젠가 마당 있는 집으로 가면 우리 시어머니와 함께 세 가구가 살자고 이야기했다.

 

남편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으로 가자니 노인들의 동선이 걱정된다. 나 또한 퇴직이 아직 멀었는데 서울 아닌 곳에서 직장생활이면 내가 하고 있는 활동들을 할 수 있을까? 또한 퇴직하고 나서 농사를 지을 생각이 없는 나는 전원생활을 잘 견딜 수 있을까?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지금은 그저 모색 중이다. 그래도 목표가 있어 즐겁기는 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여기저기 집을 보러 다니는데, 없는 돈에 여러 식구의 요구를 다 반영할 주거공간을 마련하려는 모색이 아직은 그저 즐겁다. 먼 훗날의 일이라 생각해서 막연히 즐거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고 싶지 않기도 하다. 남편의 희망사항에 마음을 맞추기는 했으나 농사를 짓고 싶은 게 아니라면 시골로 가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글을 쓰고 수를 놓고 해금을 켜고... 그렇게 살 수도 있겠지만 그 생활양식이 나에게도 의미있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내 마음에 작은 등불이 켜졌다. 한겨레신문에 난, 이 책의 저자들 이야기를 읽고서였다. 아니, 어여쁜 이 집 사진을 보고서였다고,가 맞을 것이다. 괴산에서 서점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내가 단순히 남편을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남편과 공존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찾아 시골로 가게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래, 어차피 돈 벌러 가는 거 아닌데, 가서 서점이나 도서관을 열자~!

 

안 그래도 올 여름 한 작은 마을 어린이 도서관에 초청 강연을 다녀와서 어린이 도서관에 관심이 생겼던 차였다. 허름한 2층 양옥집 하나를 동네 어머니들이 돈을 모아 어린이 도서관으로 꾸민 은행나무 도서관에 다녀왔다. 강연은 내가 했지만 오히려 배우고 온 게 더 많은 방문이었다. 방방이 아이들 그림책과 어린이 책으로 도서관을 만들고 마당에도 예쁜 의자를 놓아둔 소박한 도서관에서 받은 감동으로 돌아와 그 도서관을 흉내낸 느티나무 어린이 도서관이야기를 동화로 써내려갔을 정도이다.

 

사실 우리 집은 오래도록 서점을 했었다. 우리 아버지 스물두 살 때 시골마을에서 작은 서점을 열어 거기서 우리 어머니를 만나 결혼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늘 근학서점 맏딸이라 불렸다. 장사하는 부모님 모습이 힘겨워 보여 서점을 하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지만 돈을 벌 요량이 아니라면, 책을 나누기 위해서라면 서점이나 도서관이 싫을 리 없다.

 

책을 읽고 꿈을 갖게 되는 일은 참 행복한 일이다. 책 속에 문제 해결의 길이 있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나도 언젠가 다른 나라의 서점들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꿈, 마을의 어린이 도서관이나 책방을 구려보고 싶다는 꿈을 가져 본다. 집에 쌓여만 가는 책들은 이제 얼른 치워야 하는 무게가 아니라 꿈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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