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즈의 의류 수거함 -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0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3월
평점 :
이 소설은 ‘착한 소설’이다. 완득이가 처음 나왔을 때 재미있는데 착하고 생각할 거리도 많은 소설을 발견했다고 기뻐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은 아니지만 <오즈>에서도 ‘재미있고 착한’ 주제의식을 발견한다. 백화점식으로 아이들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많은 사회적 이슈를 담았다는 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아서 작가가 너무 욕심을 부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탈북자의 고단한 삶과 북한 인권문제, 빈곤층의 안타까운 사연과 빈부격차 문제, 그리고 노인 노동, 학교폭력과 자살, 구제역 살처분으로 인한 인간 존재의 회의, 그리고 그 과정을 겪은 이들의 트라우마, 노숙자 문제, 유학생의 부적응, 폭식과 우울, 그리고 세 건의 자살 이야기...그 하나하나만 다루어도 훌륭한 소설이 될 많은 이야기들은 여기 다 담아내려 한다. 건강한 주인공이긴 하지만 도로시라는 여고생은 그 많은 이야기들을 다 듣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해결사 혹은 관찰자로 등장하는 ‘건강한 소녀’ 이미지는 한편 현실에 없기도 하고 한편 어딘가에 있기도 하다. 그맘때 여자아이들은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한편 배려와 헤아림의 능력이 뛰어나기도 하다. 어리바리한 소년들보다 명민하게 사회문제에 대한 대안을 찾는 영리함도 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작가 말대로 누천년 내려온 ‘모성성’이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그래도 그렇지 여고생이 짊어지기에는 너무 많은 이웃의 아픔이라니...
결국 이 소설은 많은 아픔을 건강하게 이겨낼 에너지를 보여주는 착한 소설이다. 비참한 이야기들이지만 사실 전혀 과장되지 않은 현실들 그대로인데 그 해결 과정이 너무 순조로워서 이 현실적인 소설은 그만 판타지처럼 느껴지고 만다.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반드시 대안을 이야기해야 함이 아닐 수 있다. 현실의 비참함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게 희망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게 하는 게 오히려 희망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대안이 없을지라도 희망의 에너지를 그 작은 빛을 잃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될 수 있다. 요즘 많은 사회학자들이 ‘절대절망’을 흔히 말하지만 지나친 희망도 희망이 아니다. 좋은 발상과 좋은 소재, 좋은 문장과 좋은 인물들, 좋은 주제의식이었음에 감사드리고, 작가는 앞으로 이 안에 담았던 많은 문제들을 좀 더 세밀하게 담아내면서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 에너지의 섬세하고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방법적 대안’들을 담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