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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과 밀가루 그리고 마들렌 ㅣ 우리문고 12
이시이 무쓰미 지음, 고향옥 옮김 / 우리교육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일본 문화에 대해 자꾸 친숙함이 느껴지는 것이 편안하지만은 않다. 일본 영화, 애니메이션, 일본 소설 들이 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솔직히 이쁘고 가벼운 그 무엇이 느껴진다. 일본 대중 문화를 접할 때에도 엽기적이고 독특한 무엇을 주로 접하는 사람도 있겠으니 이것은 순전히 취향의 문제일 것이다.
이 소설은 화자가 중학생 '딸'이지만 어쩐지 엄마 냄새가 많이 난다. 글쓴이는 그 딸 또래의 자녀를 둔 사람이고 소설 속 '엄마'한테 자신을 투영했을 거라고 상상해 본다. 사춘기 소녀들의 시니컬함을 서술어체로 선택할 때, 작가는 자신의 중학교 시절을 회상했을 것이고 자신의 딸 또는 그 또래 소녀들의 요즘의 말투나 정서를 유추했을 것이다. 그것이 몰입의 경지까지는 도달하지 않은 느낌이 든다. 달걀냄새가 좀 남아있는 마들렌처럼.
그리고, 일본 대중문화에서 많이 보이는 '프랑스 선망'도 좀 보인다. 엄마가 프랑스 요리를 배우러 간대서가 아니라 나호에 집 분위기도 그렇다. 그런 컴플렉스는 우리도 가지고 있겠지.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다. 그런데 여기서도 엄마 냄새가 난다. 나호의 사춘기적 고민을 이야기하기보다. 나호 엄마의 자아찾기가 많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최근에 나는 몇편의 동화를 쓰면서, 과연 누구를 위해 이 동화를 쓰는가 생각해 보았다. 동화는 아이들이 읽는 것이지만 나는 일기처럼 엄마로서 나,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나의 정서를 어딘가 드러내고 싶었다는 것을 솔직히 스스로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의 글쓰기의 목적이 사실은 자기 위안, 자기 발견, 독백 들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청소년 문고이지만 바로 내 또래의 한, 사춘기 딸을 둔 중년 초기의 서늘한 한 여자의 초상으로 읽는 편이 차라리 편했다고 고백한다. 이 책이 청소년 문고로 성공했는지는 그 또래 아이들에게 다시 물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