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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영의 글쓰기 노트 - 대통령의 필사가 전하는 글쓰기 노하우 75
윤태영 지음 / 책담 / 2014년 12월
평점 :
매혹적인 글쓰기는 매뉴얼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만 같다. 그야말로 붓 가는 대로,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휘몰아치는 글쓰기..여야만 멋진 글이 되지 않을까. 멋진 글과 잘 쓴 글은 다르지 않을까... 문학을 꿈꾸는 이들은 그렇게 가슴에서 퍼올린 글을 쓰는 자신을 열망한다. 그런데 갈고 다듬은, 심지어는 학원 같은 데서 학습된 글쓰기라니.... 내가 요즘 글쓰기 책들을 집어들게 된 계기는 그런 건 아니었다. 정희진을 알게 되었는데 그가 <정희진처럼 쓰기>라는 책을 준비한다고 해서 솔깃했다. 그의 글이야말로 요즘 보기 드문 깊은 사색의 명문들인데, 그것도 매뉴얼화가 된단 말인가? 하긴 한참 전에 <고종석의 문장>도 사서 보긴 했다. 그 이유 역시 고종석의 글을 좋아하다 보니 자기 글 쓰기를 어떻게 ‘가르침으로 구성’했는지 궁금해서 그랬나 보다. 하지만 분명 신문이나 주간지의 칼럼 중에서도 글 잘 쓰는 이들을 보면 이름을 기억했다가 그의 글을 찾아 읽게 된다. 요즘은 정말 글 잘 쓰는 이도 많다. 명문가가 드물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확실히 잘 쓰는 사람들은 있다.
글쓰기가 열풍이란다. 블로그나 개인 홈페이지가 늘어서 그러나? 아니면 인터넷 신문 같은 데에서 전문가가 아니어도 글 쓸 기회가 많아져서 그런가. 혹은 자기 위안이나 자가 치유를 위한 글쓰기도 확장되는 건가. 위 두 책과는 달리 <윤태영의 글쓰기 노트>는 순전히 이런 ‘나도 내가 쓰는 글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 건지 검증하고프다.’는 열망에서 선택했다. 노무현에 대한 추념은 덤이고.
일단 이 책은 글쓰기의 핵심이 간결하게 군더더기없이 잘 정리되어 있는 좋은 책이다. 목차만 정리하고 염두에 두어도 자기 글에 대해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정리한 것만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 문장을 두 번은 짧게 한 번은 길게(3,3,7) 식으로 리듬을 준다. 시작은 가급적 짧게,
쉼표는 가능한 없다고 생각하고 안 쓴다.
쉽고 간결한 문장 쓰기.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을 쓴다.
시작은 강렬하거나 친숙하게
대구법을 활용한다.
대화체를 중간에 적극 활용
한 문장이나 한 줄에 같은 단어 쓰지 말 것.
영어식 문장 쓰지 말자.
화려한 수식은 짧게
주어와 서술어는 가까이 둔다.
비슷한 말, 반대말... 사전으로 어휘력 기르기.
하나의 장면을 하나의 꼭지에
가급적이면 객관적 시점으로 (나는.. 쓰지 말기)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
욕심내서 지루하게 쓰기 없기.
핵심 키워드 하나
한 편에 글에는 하나의 메시지만
워딩은 생생하게 따옴표로 옮길 것.
다 아는 이야기는 과정을 생생히 묘사할 것.
반문하기.
주장 글에는 예화를 활용
삭제는 과감히
독자를 의식하고 쓸 것.
어떤 것은 새로웠고 어떤 것은 몰랐지만 나 역시 그렇게 쓰고 있는 것도 있었다(가령 주어와 서술어를 가까이 쓰라는 주문이 있다. 문장 배열 순서로는 ‘정확한 문법적 문장이 아닐 수도 있지만 입말에 가까운 글쓰기를 지향하는 내가 즐겨 쓰는 방법이었다. 경망해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잘 읽히는 관건이 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 글쓰기의 단점이라고 생각한 ‘쉼표 쓰지 말 것’ 지적도 유용하다. 글쓰기 초보들이 쉽게 접근하도록 책 자체가 간결하면서도 요점만 나와 있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쓴 글들의 예시가 적절해서 책이 가볍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굳이 단점을 지적하자면, 마치 시의 행 나누기처럼 글을 써놓았는데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점이 거슬린다. 읽기 쉬우라고 그렇게 썼을 테지만 글 좀 써보겠다고 이 책을 선택한 사람들에게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그리고 시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산문이 시 흉내내기를 한 것 같아서 불편한 마음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