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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평점 :
책 <내 어린 늑대와 강아지들>을 내고 난 후, 책의 마케팅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된다. 사람의 가치도 그렇지만,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으로 나온 것들은 마케팅과 포장의 힘으로 그 가치가 더 살아나기도 하고 말기도 한다는 것.
이 책은 좋은 책이다. 좋은 가치관을 지녔고, 잘 읽히는, 잘 쓰여진 책이다. 제목이 그럴 듯하게 자 지어진 덕에 좋은 책이 묻힐 염려도 없다. 방학 내내 식탁에서 야곰야곰 읽으면서 행복했다.
만화책 좋아하는 남편이 생일선물로 받은 <현미선생>을 다 읽은 직후인지라 아, 이본에도 이렇게 흙과 자연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따뜻한 마음이 들어 좋았다. 글이나 사진이 간결하고 어여쁜 것이, 그들이 만드는 담백한 빵처럼, 소박하게 만든 고급스러운 여성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읽는 동안 마음이 편안해져 일부러 천천히 읽었다. 빵집이 있는 시골마을을 들여다 본듯 사진도 어여쁘고 주인장의 가족도 사랑스럽다. 마을 곳곳에 남아 있는 전통의 자취도 아름답다.
다만, 어째 이 책이 이토록 언론의 주목을 받는지에 대해서는 약간 의아한 면이 있다. 이 책이 표방하는 가치대로라면 조용히 입소문으로 읽히고 퍼져야 더 어울린다. 그런데 미리 주요 일간지들에 소개가 되고 작가 인터뷰들이 실렸다..... 뭐 자본론을 언급하고 이윤추구를 하지 않는다 했으면서 자본주의적 유통방식으로 책이 알려지고 팔린다는 점이 좀 걸린다. 노력하면 더 잘 팔릴 수 있는 책들도 자본과 타협하지 않겠노라고 '작게 낮게 느리게'를 표방하는 출판사들도 있는데 말이다.
이윤을 추구하지 않느다는 말은 '돈을 더 벌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더 벌려고 노력하는 마음을 갖는 순간부터 욕심이 끼어들면 초심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 마음에 동의하고 말고는 독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부패'에 대한 생각은 공감하는 바가 많다. 우리는 흔히 '부패'와 '발효'는 인간의 입장에서 유용한가 아닌가를 따지며 다르다고 말하지마 근본적으로 생명의 전환이라는 면에서는 같다. 부패하지 않음은 순환하지 않음을 뜻한다. 큰 의미에서 자연은, 개체의 죽음들 앞에서도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부패의 순환논리' 인 것이다. 그 의미를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는 면에서 이 책의 미덕을 높이 살 수 있다. 아이들과 핵문제를 토론하기 위해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자주 보여주는데, 거기에 등장하는 '부해'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 설명한 것도 좋았다. 핵 이후의 지구와 인류는 암담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지구의 지혜라면어떤 대안이 있지 않을까 하는 절박함이 '부해'라는 존재를 상상하게 했다. 만화영화는 나우시카의 존재와 더불어 '부해'를 제시함으로써 그나마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핵은 닮은 점이 많다. 참으로 근시안적이고 이기저이라는 점에서. 그러나 저자처럼 작은 움직임 속에서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생명을 조화시킬는 사람은, 지금은 소수처럼 보여도 매우 많다. 우리 나라에서도 곳곳에서 작은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 생협, 유기농사, 동네 도서관, 각종 소모임들... 지역에서 자가경제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들.... 거시 정치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런 작은 움직임들은 따로이면서 또 같이 언제인가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길어진 꼬리가 몸통을 움직이는 날이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