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라 다른 교육
하승우 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안타깝다. 이렇게 좋은 책이, 출판 마케팅 시스템 때문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교육공동체 벗에서 나온 책들이 좋은 책이 많지만 서점에 판매대에 깔리지 않고 광고도 하지 않기 때문에 알음알음으로 팔리고 읽힌다. 교육공동체 벗의 정신은, 작은 모임들이 모이고 모여 변화를 가져온다고 믿는다. 역량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의식적으로 상업적 판매에 매진하지 않는다.

 

'벗'의 책들은 동료교사들에게 자주 선물하기도 하고 독서토론회에서 읽기도 한다. 그러면 대개의 반응이 이렇게 재미 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책 어디 더 없느냐 한다. <생각해 봤어?><외면하지 않을 권리>가 바로 그런 책들이다. 특히 교사들이라면 <불온한 교사 양성과정>의 시리즈는 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1권에 저자로 (사실은 강좌를 진행한 내용으로 책을 엮은 것이므로 강사로) 참여한 나도 책을 받아본 후 다른 저자들의 글을 읽으며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했다. 그러나 제목이 선정(?)적이어서 그런지 책은 생각만큼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그 2탄인 <상상하라, 다른 교육>은 제목도 참 멋지다.

 

교육공동체 벗은 작금의 교육이 더 이상 돌이키기 어려울 만큼 '불가능'해졌다고 선언했다. 우린 망했다, 끝! 이런 선언이 아니다. 병든 환자에게 냉철하고 엄혹하게 현재의 상태를 알리는 것이다.아니다. 누가 환자고 누가 알린단 말인가. 우리 스스로가, 내 스스로가 나는 아파서 죽을 지경이라는 것을 냉정하게 말하는 것이다. 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딛고 일어날 수 없으니까. 여태껏 많은 언론과 교육관료들과 교육학자들이 교육이 문제가 많다고 말했지만 교사들과 학부모들, 청년들 입으로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어설픈 문제제기와 지적질은 혀 끌끌차고 돌아서 버리는 일에 다름 아니었다.

 

그러면 사람들은 묻는다.

교육불가능이라고?

이제 희망은 없다는 말인가?

희망을 불어넣어 주어도 겨우 일으켜 세울까 말까 한 지금 시점에서 불가능이라니!

대안은 없단 말인가?

라고. 그리고 그 불가능의 선언이 불편한 많은 사람들이 차라리 외면하고 싶어한다.

용기가 있어야 이 단호한 선언에 귀를 닫지 않는다. 용기란 게, 꼭 앞장서 싸울 때만 필요한 게 아니다. 듣고 싶지 않은 말도 들어야 하고, 사랑하는 이의 몰락도 지켜봐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처절한 인정을 딛고서야 뭔가 하나라도 한다.

 

<상상하라 다른 교육>은 그렇게 폐허에서 조금씩 돋아나는 새싹 같은 것이다. 우리는 아주 작은 일도 할 수 있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중학교 교사인 내가, 가장 많이 아픈 우리 중등교육 현장에 선 내가 내일모레 죽을지라도 여기서 내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버틸 수밖에 없다면 뭐라도 해야 한다. 청소라도 해야 하고 앉아서 우는 아이를 달래기라도 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필자들 중에서도 나와 같은 교사인 이영주, 김수현 선생 같은 이들의 글에 많이 공감했다. 교사들 중에 똑똑한 이들은 학교를 떠난다. 더 의미 있는 공부를 하러, 더 영향력 있는 운동을 하러. 그래서 아무도 남지 않았을까? 아니다. 학교에는, 평범하지만 끊임없이 고민하는 교사들이 무수히 많다. 무기력하지만 싸울 의지를 버리지 않은 날달걀 같은 이들이 아직 꽤 있다. 그들은 '저처럼 평범한 교사가 뭘 많이 알아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하고 겸허하게 자기 이야기를 꺼낸다. 나는 그런 이야기에 많이 공감이 된다. 그래서 나도 용기를 내려 한다. 내가 학교에서 겪은 일들, 해낸 일들이 비록 시시한 것들일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통해 서로 위안을 받는다. 나 혼자만 그런 거 아니었구나, 하고. 그래서 나도 자꾸 이야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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