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기행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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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우습긴 하지만 전두환 대통령 시절의 교육 모토는 '전인교육'이었다.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그때는 '그게 가능하기는 하냐?' 이런 마음으로 그것을 대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유능한 인재 육성'의 그럴 듯한 이름이었던 것 같다. 그 이전 시대의 '지덕체를 겸비한 인간'과 다를 바가 없고 어찌 생각하면 자기들처럼 육체 강건한(군사적 무력까지도 겸비한) 그런 인간이 되라는, 학원에 대한 일갈로도 읽히긴 한다. 어쨌든 아무 의도 없이 나온 구호는 아니었겠지만 나도 이미 세뇌가 된 건지, 가끔 그 단어가 생각난다. 지덕체 겸비하고 외모도 출중하고 인격까지 훌륭하며 문화예술적 소앙도 뛰어난 완벽에 가까운 인간들도 가끔 있긴 한 것 같다. 그들의 존재는 천연의 혜택인지 교육의 결과물인지 가정과 사회의 합동 예술품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교육으로 그게 가능하다면 교육자로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과제이긴 하다.

 

괴테를 읽으면서 많은 찬사를 들었지만 (정작 문학작품은 대개 너무 어렸을 때 읽어서 그게 뛰어난 줄 모르고 읽었다. 두 번째 읽은 파우스트에서야 비로소 대작의 소름을 느꼈지 고등학교 때 읽은 젊은 베르테르... 등에서는 잘 몰랐던 것 같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비로소 작품을 만든 작가가 아니라 인간 괴테를 만났다. 여행기는 뭐 그렇다. 소소한 일지들로 가득 차 있고 그것이 현대의 이탈리아도 아닌 19세기이다 보니 실감을 갖고 그걸 누릴 수는 없다.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은 즐거움은 있지만. 그런 읽기의 즐거움보다 괴테라는 사람을 상상하는 즐거움이 더 컸다. 그는 정말로 탐구형 인간이었다. 명성과 부를 지닌 사람으로서 당시로서는 드문 여행을 했을 터이니 이미 특권 속에서 누릴 것 다 누리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래서 그가 권위 속에서 거들먹거리며 자신의 명성을 탐식했다면 그는 당시에만 풍미하고 말았을 알량한 문화권력자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가 위대한 것은 끊임없이 배우려 들고 새로운 것을 알려 들고 배움의 한 길에 학생의 겸손한 자세로 자신을 던지려 들었다는 것이다. 그림을 배우고 미술에 눈떠 가는 과정의 기쁨은 순수하다. 내가 이미 이토록 유명한 사람이거늘, 하는 오만이 없다. 맑은 영혼에서 예술이 나온다는 명제는 100% 참은 아니지만  괴테는 그것을 100% 당위로써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래, 원래 예술이란 그렇다며, 라고 새삼 자각하게 해준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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