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아찌아 마을의 한글 학교 - 첫 번째 찌아찌아 한글 교사의 아주 특별한 일 년
정덕영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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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이 책을 읽을 즈음 찌아찌아 마을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하긴 어떻게 순수하게 한글을 그들의 문자로 선택하게 되었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던 나로서는 여기에도 어떤 정치적이고 정책적인 뒷이야기들이 있었구나, 그리고 그것의 진행과정이 삐걱거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한글이 누군가의 음성언어를 표기할 문자로서 부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2009년에 한국어교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사람들 말마따나 그걸 어디에 써먹으려고 하느냐고, 자원봉사 차원이라면 20년이 넘는 중등학교 국어교사 자격과 경력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외국에 나가거나 아주 특별한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할 것이 아니라면. 또 그런 기회가 쉽게 오는 것도 아닐 터이고 말이다. 물론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사실 국어 선생으로서 한국어 지식에 대한 총점검도 받을 겸 여러가지 목적으로 그 126시간의 자격연수를 받았고 시험을 치렀다. 교육과정이 매우 충실했던 것만으로도  만족할텐데 자격증을 어렵게 (시험이 어려웠고 합격률동 20% 정도밖에 되지 않았더랬다.) 얻었던 만큼 기쁨도 컸다. 중등교사자격증도 그렇지만 자격증을 얻는다고 해서 바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법을 아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에게 어떻게 한국어를 가르칠 것인가는 부딪치며 해결할 문제일 것이다. 가끔 우리 학교 원어민 교사의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한국어 (특히 어미의 미묘한 차이)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이 많구나 스스로 깜짝깜짝 놀라곤 할 정도다.

 

이 책은 '교사로서의 자세'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국어를 어떻게 가르쳤는지 구체적으로 많이 언급이 되지는 않는다. 저자의 경험이 일반적인 것이 아니므로 외국에 나가 한국어를 가르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주는 것도 별로 없다. 하지만 그의 열정과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자세는 모든 일에서 그러하겠지만 교사로서의 자격에서도 제 1 순위인 것 같다. 학생들에 대한 애정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책들을 때때로 읽어야만 지금 나는 이 정도면 교사로서 그럭저럭 괜찮지 뭐, 하는 따위의 안주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려울 때 열심히, 어려운 아이들을 열심히, 그렇게 가르쳐야 정말 선생이다. 말 잘 듣는 아이들에게 자기가 다 알고 있고 여러 번 가르쳐 본 것을 가르치는 것에 만족하여 스스로 괜찮은 교사라고 착각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세상 모든 것을 가르칠 수는 물론 없지만 말이다.

 

우리 아이들은 7차교육과정을 거치면서(지금은 개정 7차) 한국어의 문법적인 부분보다는 사회는 보는 눈을 기르는 방향으로 국어교육을 받고 있다. 지식이나 문법, 고전문학의 비중이 제법 있었던 6차교육과정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러다 보니 한국어지식을 가르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다.(국어가 4,5차시로 다른 교과에 비해 많은 수업을 하면서도 늘 부족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문학도 더 가르치고 싶고, 말하기 듣기도 부족하고 , 뭐 그런 거겠지만) 그래서 그런지 논리적으로 딱딱 맞아 떨어지는 한국어 조음, 발성의 원리나 문법 공부하는 시간에 오히려 흥미를 보이는 남학생도 많다. 나도 개인적으로 고전문법 등을 가르칠 때 재미있다.

 

이주노동자나 다문화가정의 여성이나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면 그들이 말을 배워가는 그 과정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은퇴 후에 할머니들께 한글을 가르쳐 드리는 꿈도 꾼다. 무엇이 되었든 진정 글과 말로 세상을 활짝 여는 기쁨의 수업이 될 것이다. 배우는 기쁨, 가르치는 기쁨이 점점 사그라드는 '학교'는 그래서 점점 슬프다. 눈이 환해지고 뇌가 환해지고, 그래서 마음이 환해지는 진정한 배움의 학교는 이제 그 시대를 닫고 있는 것인가. 오래 공교육 한 가운데 우뚝 서서 이 길을 걸어온 내 등 뒤로 노을이 지고 있는 건 아닌지, 조금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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