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 -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리처드 H. 탈러 & 카스 R. 선스타인 지음, 안진환 옮김, 최정규 감수 / 리더스북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옆구리 살짝 찌르기라니, 재미있지 않은가? 

동료교사에게 조금 서운한 일이 생겼었다. 왜 그런 일 있지 않나, 딱히 말로 할 것까지는 없는데 섭섭한... 그런데 그도 그걸 느꼈나보다. 딱히 미안하다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왠지 미안했나? 겨울방학 전에 그는 내게 이 책을 선물했다.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책이었지만 그냥 베스트셀러 중 하나라 생각했던 책, 생각보다 재미있다. 넛지가 슬쩍 옆구리 찌르는 일이라고 했지만 나쁘게 말하면 조작질이고 좋게 말하면 지혜로운 멍석깔기 쯤 될 터이다. 사실 학교에서도 아이들과 이런 '보이지 않는 멍석'을 얼마나 잘 까느냐가 중요하다. 급식실에서 음식물을 보이지 않게 배열하는 일, 광고 중 삽입 되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이미지가 미치는 영향, 세금 납부의 체계를 짤 때 사람들이 헛수고를 줄일 수 있는 방법 등 그 모든 작지만 효과적인 장치들을 다 넛지라 한다면 이것은 단순한 경제학 책이 아니라 생활의 지혜에 관한 책일 수도 있다. 물론, 뒤로 갈 수록 미국의 메디케어 시스템이나 모기지에 관한 이야기는 아무리 집중해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긴 했다.  

시스템이 중요하다. 일의 효율성 뿐 아니라 공평성에서도, 인간적인 감정을 거스르지 않는 일에서도 그러하다. 뭐 정치가 별 거 있는가. 사람들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일이 잘 돌아가게 하는 게 정치니까. 물론 그 바탕에는 진정성이 깔려 있어야 하지만 진정성은 있으되 효율성이 없어서는 안 되겠기에 잘 짜여진 시스템이 중요한 것이다. 거기에 넛지... 넛지는 지혜의 또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 

내게 이 책을 선물한 그와 나 사이의 미묘한 감정의 앙금, 이 책이 오고 가면서 녹아버린 데에는 슬쩍, 아닌 듯 하지만 의도한 바를 이루는 능청스러움이 있다. 지혜라 부르련다. 넛지의 또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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