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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천재 이제석 - 세계를 놀래킨 간판쟁이의 필살 아이디어
이제석 지음 / 학고재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재미있다! 서점에서 보고 당장 사기로 결심했다.
기발한 사람 중에는 자기가 외계인인 줄 아는 사람이 있다. 이제석은 그러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는 범인(凡人)의 싸가지를 갖추었다. 그럼에도 분명 천재다. 노력하는 천재이지만 분명 타고난 바가 있다. 개념도 있고 재미도 있고 천재성도 있고 상식도 있는, 그런 사람 흔하지 않다.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이라는데, 이제석의 광고에는 자본주의적인 도덕률 이상의 어떤 것들도 보인다. 물론 그에게 있는 어떤 인문학적 바탕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인데, 만약 그가 인문학적으로 공부를 더 많이 한다면 그의 광고는 더욱 철학적으로 깊어질 것이다. 깊어져서 창의성이 떨어지려나, 그건 잘 모르겠지만 기왕이면 그가 이상적인 천재로서 더더더 깊어지길 바란다. 더 진보적으로 되고 더 창조적으로 되고 더 되바라지게 되고 더, 돈을 벌기도 하고 전혀 못 벌기도 해서 자본의 꽃인 광고의 명제를 초라하게 만들어 버렸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왜 광고는 자본주의의 점유물인 듯 말하는가. 사람 사는 곳에는 늘, 사람 마음을 뒤흔드는 선전과 호소와 선동과 광고가 있었고 필요했다. 넓게는 다 정치적(아리스토텔레스 식으로)인 행위들이다. 그게 돈과 결합하는가 예술과 결합하는가 정치와 더 가까워지는가는 창조자의 성향과 사회적 경향과 뭐 이런 것들의 복합적 작용이 될 것이다. 광고로 시는 왜 못쓰는가. 광고는 휴머니티 왜 불가능한가. 세상은 이미 어차피 장르가 무의미한 곳이 되어 버렸는데. 비지니스맨이 정치하고 교사가 영화 만들고 법조인이 애들 밥그릇 걱정하고... 그러니까 광고인 이제석도 홍익인간뿐 아니라 더 나아가 예술도 하고 정치적으로도 진보하기 바란다.
이 책 다 마음에 든다. 단 두 가지 빼고.
대학 때 수석한 거, 너무 자랑하신다. 자기가 '기냥' 천재로 보일까봐 그거 해명하려 한 겸손의 반증이리라. 그리고 아이디어, 나도 물론 화장실에서 수업 구상도 하고 뭐 좋은 생각 많이 떠올리는데 그런다고 변기에 앉아 있는 사진(일부러 누군가보고 찍으라고 했거나 삼발이 놓고 찍었나 본데)까지야... 재밌는 사람이다. 사실 정말, 이 책에서 마음에 안 드는 단 한가지는, 너무 짧다는 거다. 벌써 다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