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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이순원 지음 / 세계사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굳이 읽어야 할까? 하는 생각에 읽을 생각이 없었던 책이지만 얼마 전 지독한 사춘기 방황으로 끝내 내게 반항하다 집안에 평지풍파를 일으킨 우리반 한 아이에게 이 책을 권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펼치게 되었다. 반항의 역사를 담았다 하기에 그 아이가 읽으면서 공감을 할까 어떨까 하고... 책이 맘에 꼭 들면 그 아이에게 선물을 하리라 하고...
우리 반 그 아이가 어른들과 학교에 그토록 격렬하게 반항을 하는 주된 고리는 '두발'문제이고 요모조모를 따져보면 노는 걸 매우 좋아한다는 것 말고는 공부도 곧잘 하고 특별한 원인이 없다. 타고난 기질일지 어떨 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그 아이 속에 뭔가가 부글거리고 있고 특히 어른들이 '꼽기' 그지 없어서 조금만 '건드려주면' 기냥 폭발한다는 것이다. 기골이 장대한 그 녀석 아버지도, 현명한 그 어머니도 어쩌지 못할 만큼. 그런, 자기도 알 수 없는 반항의 정체에 공감할 친구가 될 만 할까 했더니...
이 소설 속의 주인공(아마도 이순원씨 자신)은 분명 어린 나이에 일찍 후까시도 잡아보고 담배며 술, 여자, 자퇴와 가출의 온갖 일탈을 경험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유없거나 지향 없는 그런 '일반적'인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데에 나는 좀 실망했다. 소설 속의 나는 어쨌거나 뛰어난 머리와 맘만 먹으면 전교 1등도 할 수 있고 운이 좋아서든 어쨌든 원하는 대로 뛰쳐나가 농사를 지어 대성공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땅의 수많은 '반항아'들은 아무리 맘을 먹어도 전교 1등은 커녕 학교공부에서 낙오된 자가 대부분이고 집 나가 봐야 초장부터 엄청난 사회적 '탄압'에 멍들어야 할 뿐 아니라 운이 나쁘면 첫걸음부터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돌아오기 일쑤일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 책은, 거봐, 잘난 것들, 공부 잘하는 것들은 방황도 남다르네, 잘났어 정말, 이런 기분을 맛보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책 속 주인공의 행보가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성에 대한 고민에서 참으로 공감되는 부분이 많고(15년 남자 중학생들만 가르치다 보니), 공부 아니면 모든 꿈을 접어야 하는 청소년들의 좁은 행보는 1960년대나 2000년대나 많이 달라진 게 없어보여 안타깝기도 하다. 또한 주인공은 방황을 해도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가닥을 잡아가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이 책을 읽을 청소년들에게 사춘기라는 것이 그냥 한때 젊음을 다해 놀아볼 만한 어떤 시기는 아니라는 것도 생각하게 해 줄 것이다.
이 책을 그 아이에게 권하기로 하는 대신, 2학기에 이 책을 포함한 몇몇 성장소설들을 읽고 자전적 성장소설 쓰기를 할 생각이다. 작년에 한 번 '노래듣고 소설쓰기'를 하면서 탄력이 붙었으리라 믿고 졸업하기전 짤막한 소설 한 편을 쓰게 하리라 '나의 열 여섯에 바치는 성장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