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수은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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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태생과 취향을 다 벗어버리고 그 사람의 영혼을 사랑하게 된 사람을 안다.  영혼은 보이지도 않고 심지어는 말이나 표정에 묻어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쩌면, 영혼이 없이 몸만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세상엔 아주 많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든다.

그런데, 그 사람의 영혼을 보고 사랑하게 되었던 필라는 도대체 뭔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편안하고 아름다운 집과 예쁜 아이들과 안락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물론 그런 헷갈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영성을 저버리지 않기를 갈구했던 필라는 어찌 보면 현실적이고 영악한 요즘 처녀는 아닐 것이다. 만약 그녀가 처음부터 끊임없이, 자신이 그를 사랑하는 게 맞는지 의문을 갖고 자신이 그를 사랑함으로써 잃게 되는 안정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그러면서도 사랑에 빠져드는 자기자신을 응시하고, 사랑으로 인하여 자신의 영혼마저 정화되고 고양되는 과정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때로는 거부하고 싶어 하고,  영성을 버리고 현실의 사랑을 택하려는 그에 대해 진심으로 그건 아니라고 절망하고, 결국 아름다운 사랑의 출발을 위해 아름답게 약속하는 그 고뇌와 승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더라면 이 소설은 내가 아주 싫어하는 무슨 종교소설에 그치고 말았을 것 같다.

어느 날 잠자리에서 별로 재미있게 읽지는 않았던 이 책에 대해 잠시 생각하다가 필라의 영적 고양이, 눈물이, 방언이 참 낯설고 이해가 되지 않았던 대목을 떠올렸다. 난 신앙인이 아니니 그런 행위가 논리적으로 이해가 잘 되진 않는다. 그러나, 나에게도 영적 씻김의 기억이 있지 않았던가. 개심사 새벽 예불을 보면서 하염없이 내가 저 멀리로 둥둥 떠가는 듯, 혼의 분리를 느꼈던 기억,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에서 오랫만에 기도하면서 미칠듯한 참회의 심정으로 눈물로 영혼을 씻었던 기억...

나는, 필라가 아름다운 그의 남편과 언덕 위 하얀 집에서 숲을 바라보며 학교에서 돌아올 아이들을 위해 따뜻한 음식을 준비하는 행복한 그림책의 마지막에 서 있길 바란다. 그러나, 서로의 영혼이 또 다른 하늘에 닿아 만나는 아름다운 체험으로부터 서로를 자기 곁으로만 끌어내리려 하지 않으며 또 그렇게 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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