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뭐가 불온하다는 건지 궁금하다. 자본주의를 부정한 것도 아닌데.. 시중에 나온 경제학 책 중에 잘 읽어보면 자본주의 자체가 경제와 민중의 삶의 최대 적임을 선언하는 책들도 많은데.. 신자유주의가 무슨 금과옥조도 아닌데... 

목소리 칼칼한 주장이 아닌 많은 예시와 통계수치가 근거로서 바닥을 잘 다지고 있어 오히려 냉철한 느낌마저 든다. 그런데도 이 책을 '불온하다'고 선언한 이들이 있다. 

학교에서도 그런다 .교사가 아이를 품을 수 있다면 큰소리를 치거나 매를 들지 않아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무지막지한 폭력을 가해서라도 아이를 제압하려 드는  교사들의 혈기 뒤에는 그 아이가 자기를 이기려 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다. 장하준의 책이 불온한 것이 아니라 저들이 장하준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뭐가 두려운가. 위에서 말했지만 경제적 체제를 뒤집는 것도 아닌데. 생각해보면 미네르바는 그렇지 않았던가. 주장의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거기에 공감하는 자들이 어떻게 증폭되는가의 문제인 것 같다. 장하준의 경제학은 쉽다. 요렇게 딱딱 맞게 이야기를 하는데 ,유명한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들먹이지 않아도 쉽게 이해되는데(게다가 주제는 하나로 일관되게 나아간다. 친절한 반복학습까지...),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부도덕한지를 쉽게 깨달을 '우중'들의 각성이 저들은 두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참 바보들이란 생각이 든다. 이솝우화의 사과처럼, 저들이 장하준의 책을 불온문서로 규정하는 순간부터 대중은 그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미네르바도 그랬다. 경제에 관심 없었던 나같은 사람도 미네르바가 뭐라 그랬는지 읽어보고 싶어졌다. 환율, 금리, 이런 거 모르고 재경부가 심리적으로 행정부처 중 가장 먼 거리에 있는 나같은 사람도...... 당신들, 일부러 그런 거 아니지? 혹시, 엑스 맨? 

이 책을 열심히 밑줄 긋고 읽고 컴에 요점정리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던 중 새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나왔다. 역시 같은 주장에 대한 탄탄한 근거들로 꽉 차 있을 것이다. 그 책으로 학교 선생님들과 독서토론을 하기로 했기에 나쁜 사마리아인에 대한 복습은 여기서 접기로 한다. 80년대 대학을 다니면서 결코 재미있지 않았지만 '자본주의 경제의 구조와 발전' 이런 책을 읽어야 했었다. 20년쯤 후가 되면 내 전공과 관련없는 그런 공부는 안 해도 되는 세상이 올 줄 알았다. 경제가 싫은 나같은 사람에게 경제학 책 읽기를 강요하는 또 다른 이 시대, 감사하다 해야 할지 슬프다 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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