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별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권미선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집었는데..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문장이나 서술방식은 그렇다치더라도.. 비더라는 인물을 조명하는 이유와 의도가 무엇인지?? 알라딘에 올라온 서평과 책소개를 읽고서야 이것은 나름대로 칠레의 아픈 역사 속에서 예술가인 척 했던 한 비열한 인간에 대한 고발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 책만 읽어서는 그런 내용 파악이 가능했을까 싶다. 

나는 빅토르 하라의 전기문을 읽으면서 우리의 광주항쟁보다 더 잔혹하고 치열했던 칠레의 9.11 사태에 가슴 아파했다. 그런데 제목도 근사한 '먼~~~~~~~~~~별' 속에서 그 사건은 일부러 그런 듯이 언급을 피해 가는 듯 보인다. 좌파 인사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한 카를로스 비더를 신비한 예술가로 묘사한 의도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명들을 읽고서야 이것이 오히려 서늘한 역사를 서술하고 아픔을 부각시키는 저자의 기법임을 알았다. 

그런 오해가 아니었더라도 나는 문장의 아름다움 운운하며 이 작품을 음미하며 읽지는 못했을 것 같다. 그저 몽롱하게 스페인어가 풍기는 분위기에 젖어 (유랍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었다. 모든 문장과 책속의 모든 상황이 명료하게 머리와 가슴에 들어오는 순간을 얼마나 갈구했던가. 그러나 나이가 들어도 지력이 성장해도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더라. 그래서 책을 읽을 때 20% 30%만 들어오더라도 그러려니 한다.   

대학에 입학하여 선배들이 넌 어째 국문과에 왔느뇨 질문하니 아이들마다 대답이 천차만별이었다. 그 중, 서정주의 시가 나를 시로 이끌었다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아름다워 보였는데도 이상하게 선배들의 얼굴은 우울했다. 물론 그 까닭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문학이, 예술이 잔혹해지면 더더욱 배신감은 크다. 서정주와 비더는 또 다르지만 어쨌든 그가 떠올랐다. 이문열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생의 모순이 가슴아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