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에디터 - 고경태 기자의 색깔 있는 편집 노하우
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한겨레 신문 창간부터 독자요, 소액이긴 하지만 주주이기까지 한 사람이나, ESC를 빼면 신문이 참 재미없다고 느끼고 있다. 의리로 읽는다. 하긴, 다른 두껍기 짝이 없는 신문들도  대부분은 버릴 것 투성인데, 상대적으로 양이 많으니까 그중 건질 게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지도 모른다. 기사 하나하나가 다 읽고 싶은, 그런 신문이나 잡지를 만들 수는 없겠지 싶다. 

하지만 한때, 한겨레 21이나 씨네 21을 재미있게 정기구독해 읽던 시절이 있었다. 그 뒤에 고경태 기자가 있었나보다. 내가 재미있네, 참신하네(때론 뭐야 이거..까지) 생각했던 기획 뒤에 그가 있었나 보다. 인생, 즐기자, 재밌는 것만 해도 다 못하고 간다, 혹은 힘들 때조차, 재밌잖아, 이렇게 어거지 긍정의 미학을 펼치는 나의 입장에서 볼 때 그의 기획은 잡지가 뭐, 신문이 왜, 재밌으면 안 되냐고, 틀에서 벗어나면 안 되냐고, 주장하는 목소리로서 공감+공감이었다. 

나도 수업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다. 20년 전에 야외수업할 때도 그랬다. 왜, 소설은 교실에서만 읽어야 해? 운동장 느티나무 밑에서 친구 배를 베고 둥글게 누워 헷세의 '나비' 를 읽었고 학교 옥상에서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을 보면서 두레 수업을 했다가 ' 빨갱이'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한때 누군가 욕들어먹던 그 수업들이 이제 젊은 선생님들 사이에선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학교는 문제가 많은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참신한 발상을 하는 교사들이 죽은 듯한 교실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단지 재미만이 아니다. 그렇게 세상이 바뀌기도 한다. 참신발랄한 한겨레가 바꾼 세상이 분명 있고, 왜 안돼? 재밌잖아~! 를 외친 고경태 편집부장의 노력이 분명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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