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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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이 책의 끝자락을 읽었다. 나는 내리고 누군가는 타는, 옥수인지 회기역인지에서 어떤 여대생이 노란 책을 들고 있는 걸 봤다. 설마, 했는데 그녀도 이 책을 읽고 있었다..(뭐ㅡ 베스트셀러니깐) 마치 정윤이 20년 후쯤 강단에서 자신보다 20년쯤 어린 젊음들과 크리스토퍼 이야기를 공유하듯, 나는 나보다 스무 살은 어려보이는 여인과 그렇게 스쳐지나갔다. 

자꾸 '깊은 슬픔' 생각이 났다. 참 좋아했는데... 지금의 신경숙이 그때와 달라지지 않았다는 느낌은 결코 좋지가 않다. 감성의 과잉, 변함없는 문체, 기록이나 화분, 고양이 같은 소소한  따위들로 감성을 읽게 하는 방법 등.. 하지만 이건 초중반까지의 생각이었다.(문체가, 감성이 다른 방식으로 펼쳐졌으면 더 좋았겠다는 바람은 지금도 다르지 않지만 지금의 젊은 친구들은 '깊은 슬픔'을 읽을 기회가 별로 없을테니 신경숙 문체가 새삼스럽진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게도 문체미학의 축복을!) 

그래, 이렇게 많은 가까운 이들의 죽음과 파괴를 주인공들에게 둘러씌우다니, 신경숙, 그 순한 사람이 잔인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들은 다 '정말 그랬다'. 소설이기에 집약이 되긴 했겠으나...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의문사를 당했고 군에서 죽었다. 너무 많은 분신과 투신들이 하루하루 학교가는 길을 두렵고 슬프게 했다. 내게도 아주 친하게 지내진 않았지만 어디론가 사라져 아직 돌아오지 않은 밑 학번 후배가 있다. 80년대 후반 어느 겨울날, 지금의 남편과 손을 잡고 어느 거리를 걷다가 온몸이 멍투성이 변사체로 발견된 어느 운동권 학생의 사진을 붙여놓은 포스터를 보았다. 경찰은 떼어버리고 우리는 몰래 그 포스터의 테잎을 단단히 고정시키면서 눈물을 삼키던 그날, 참 추웠다. 

내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교사서명서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학교장의 경고장을  받았던 강경대 군의 죽음 한참 뒤에, 강경대가 사실 내 남동생과 고등학교 친구였다는 사실, 내가 강원도에 근무할 때이지만 어느 날 하루 남동생 방에서 자고 갔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미 졸업해 버린 대학, 80년대에 끝나버렸기를 바랐던 분신과 사망은 이후로도 우리 학교 후배 김귀정으로, 또 많은 젊은이들로 계속되었다.  

오늘 아침 스쳐갔던 그 여대생은 이런 옛날이야기들이 지독하다고,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내 가슴이 먹먹했던 것과 좀 달라도 좋으니 그녀도 이 책을 읽고 가슴이 오래, 먹먹했으면 좋겠다. 이제 더 이상 그런 세상이 아니어서(과연 그런가...) 그게 공감이나 실감되진 않을지라도, 고작 20년 전 젊은이들이 그렇게, 사랑도 이루지 못해 망가져갔던 것은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덧붙임 - 서평을 쓰고 나서 작가의 말을 읽었다. 거기 이런 귀절이 있다. 

-청소년기를 앙드레 지드나 헤세와 함께 통과해온 세대가 있었다면 90년대 이후엔 일본 작가들의 소설이 청년기의 사랑의 열병과 성장통을 대변하는 것을 보며 뭔가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한국어를 쓰는 작가로서 우리말로 씌어진 아름답고 품격 있는 청춘소설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그랬구나.. 먼저 나온 '엄마를 부탁해'에서 달라졌다고 생각되던 신경숙이 왜 다시 과거로(문체에 집착한다고 느꼈다.. 미안..) 거슬러가고 있는가 했던 의문은.... 사라진다. 공감한다, 진심으로.. '우리말로 씌어진 아름답고 품격있는 청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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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2010-11-18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풀꽃선생님!^^ 알찬 서재 잘 구경하고갑니다
저는 이음출판사에서 나왔어요~
저희가 이번에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를 연일 차지하여 화제가 되고있는 도서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한국판 출판 기념으로 서평단을 모집하고있거든요^^
책을 사랑하시는 풀꽃선생님께서 참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리플 남기고가네요
저희 블로그에 방문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