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뜻으로 본 한국역사 - 젊은이들을 위한 새 편집
함석헌 지음 / 한길사 / 2003년 4월
평점 :
다 읽고, 접힌 부분, 밑줄친 부분을 정리하고 있다. 마침 아이들에게는 문학의 사회성을 가르치느라 국어시간임에도 우리 역사(물론 주로 근대사이긴 하지만)를 살짝 훑어주고 있다. 다음은 태조 이성계에 대해, 그가 나라를 세운 것에 대해 평하는 부분이다.
덕 없이 임금이 되었다면 그 백성의 뜻이 떨어졌다는 말이요, 야심가가 통치자가 되었다면 그 사회 양심이 그만큼 마비되었다는 말이다.
이성계에 대한 전설이 여러 가지지만 우리는 그의 덕을 찬양한 것은 별로 듣지 못한다, (공이나 능력에 대한 이야기는 있어도)
동명왕, 혁거세, 온조, 왕건까지도 관인대도(寬仁大度 마음이 관대하고 인자하여 도량이 큼)하였다는 말이 있는데 이태조에게는 그것을 볼 수 없다. 최영이 죽으매 촌여자나 소먹이 아이들까지도 슬퍼하였다는 것을 보면 그 민중이 태조의 반란에 대해 그리 찬성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성계의 나라세움은 폭력으로 된 것이요, 꾀와 수단으로 된 것이다.
이토록 주관적인 역사서를 읽은 적이 있던가. 함석헌 선생을 살아 생전 뵌 적은 없지만 마치 강연회에 가서 그분의 피 토하는 말씀을 듣는 기분으로 읽었다. 우리 역사를 몰라서 책을 읽었겠는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가를 본다. 기독교도로서, 민족주의자로서 선생의 사상은 나와 다를 수 있다. 고구려 잃음을 통탄하고 우리에게 북방의 기개가 사라져 버림을 안타까워한다. 평화주의자, 무정부주의자이 보기에 지나친 민족주의일 수도 있고다. 하나님의 섭리라는 기준으로 해석하는 우리 역사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선생이 강조하는 '정신'은 그 함의가 너무 크고 막연하다 할지라도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여태 많은 역사서들이 비판없이 서술했던 이성계의 건국과 세종의 정치에 대해서도 그 덕 없음과, 그 뿌리없는 성과에 대해 예리하게 지적한다.
감성과 넘치는 의기가 냉철한 이성의 힘을 때로는 뛰어넘는다. 역사는 의기로만 이끌어내거나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때로는 그런 것이 필요하다. 위기를 이겨낼 땐 더더욱. 하염없이 쿨한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와 동시에 읽어나간 선생의 일갈, 두 전혀 다른 역사서는 묘하게도 '민중의 역사'로 접점을 찾았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