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민중사 1
하워드 진 지음, 유강은 옮김 / 이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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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가 쉽진 않았다. 정직한 편집. 이제는 나같은 독자마저도 얍삽한 편집의 달콤함에 오염이 되었나 보다. 분량도 만만치 않지만 중간제목 없이 죽죽 나가는 서술방식이 짧게 끊어 읽기에 익숙해진 요즘 독서세태에는 좀 숨가쁘다. 

하워드 진이 준엄한 눈초리로 미국의 우편향에 경고장을 던졌다고 해서 이 책에 그의 주관이 회초리를 휘갈길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마치 소리를 질러대는 선생이 아니라 나즈막하게 아이의 잘못을 짚어주는 스승이 더 엄격하게 느껴지듯이 하워드 진은 흥분하지 않고 주장도 하지 않으며 엄청난 양의 객관적 자료들을 제시한다. JP모건 회사(나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떠들어대는 언론을 통해서나 들어본 미국의 거대자본으로 알고 있는데)가 남북전쟁 당시 불량 무기를 팔면서  얼마나 비열하게 자본을 긁어모았는지에 대해 말할 때에도, 흑인노예 해방의 아버지로 알려진 링컨이 어떤 논리로 당시의 백인 자본주의자들을 설득했는지도 자료로써 보여준다.  

미국의 역사는 인디언을 딛고, 흑인 노예를 딛고 백인 하인들을 딛고 다시 흑인 자유인들의 인권을 딛고 아동과 여성노동자들을 딛고 사회주의자들을 딛고 철도노동자들을 딛고 멕시코, 스페인, 필리핀 사람들을 딛고 여기까지 왔다. 전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의 역사가 그러하기에 합리적 민주주의를 말하는 그들 입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 그런 역사 속에서 스러지기도 하고 견뎌내기도 하면서 쟁취해간 미국 민중들의 민주주의 역시 거기 있다. 그렇게 살펴보면 그들이 피흘려 얻어냈던 헌법 정신, 고통 받으며 살려냈던 인권의식, 짓밟히는 파업투쟁을 통해 하나하나 쟁여냈던 노동의 여건들의 위대함 역시 거기 있다. 미국의 두 얼굴인 것이다. 제국주의, 패권주의가 있는가 하면 미국 사회 내부에 굳건히 다져져있는 민주의식(비록 그들, 미국인들만의 민주라 할지라도)그리고 신뢰감 따위는 세월 속에서 고통 속에서 다져졌기에 견고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100여 년 동안 유럽과 미국 사람들이 수백 년 동안 천천히 일구었던 합리주의와 민주주의와 근대화를 급격하게 해냈다. 어찌 보면 그 짧은 시간에 해낸 것이(자의든 타의든) 스스로 대견할 수도 있고 무수히 생략된 과정 때문에 시행착오가 그렇게 많아지는구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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