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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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여자들의 에세이에 끌리고 있었던 자신이 보인다. 뭘까, 특히나 자유롭게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여자들의 이야기는, 의식이 있든 없든, 자의식에 푹 절었든 어쨌든 자꾸 읽고 싶어지는 이유는? 이렇게 쉽게 읽히는 책을 읽고 있을 시간이 내 인생에는 별로 없지만 마치 가끔은 드라마도 봐야 해, 숨좀 쉬고 살자, 이런 기분.. 오랜만에 미장원에 가서 여성잡지를 볼 때의 흐믓한 기분 같은.. 것으로 읽었다.

그래, 솔직히 그렇게 읽기 시작해서 요일제 때문에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한 목요일에 다 읽어 버렸다. 독일 여배우와 친구가 된 이야기는 참 재미있었다. 너무 빨리 읽어서 좀 미안하기도 했다. 징징거리는 것보다 그녀는 훨씬 근사하게 살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 반대일지도 모르지만 조금 요사스러울 만큼 사랑스럽기도 하고 매력적이기도 한 이 여인은 본인이 울적하게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과하게 사랑을 받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춘기 소녀같은 감성이 남아 있어서 '지하철 바람에도 가을을 느끼며'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자신의 감성을 붙들고 글을 쓰고 있다. 여전히 그녀가 현을 울려주는 이땅의 많은 여인들이 있다는 게 다행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수도 있다. 나도 그닥 내키지는 않으면서도 자꾸 호기심이 당겨 읽고 싶었던 게 사실이니까.  

다만, 옛날, 80년대 이야기는 이제 그만, 거기 연 닿았던 이야기도 이제는 그만.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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