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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ㅣ 사계절 1318 문고 36
라헐 판 코에이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05년 11월
평점 :
인간이 그 자체로 존엄한 존재라는 것, 아니 그래야 한다는 것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가슴 뭉클한 이야기다. 뭉클한 이유는 그 명제가 고귀해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결코 실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사람들 사이에서도 나는, 다른 사람들만큼 존엄한 것 맞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돈이나 사회적 지위가, 학벌이 외모가 나의 존엄을 깎아내릴 때마다, 혹은 깎아내리려고 덤비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혹은 내가 다른 이에게 그렇게 상처받은 것을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똑같이 할 때마다 새삼 이 명제는 가슴 아프다. 그래서 합리적 이성으로 아이가 어른만큼 존중받아야 하고 여자도 남자만큼 귀한 존재이고 흑인도 백인과 똑같은 사람이고 평민도 양반과 마찬가지로 희로애락을 느낄 줄 알며 비정규직도 정규직과 같은 '인간'이며 서울대를 나온 사람이나 고등학교밖에 못 나온 사람이나 세상을 보는 자기만의 견해는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선언할 때마다, 그런 선언들이 절절한 것이다.
나는, 내가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뭐 누구나 자기가 그렇다고 생각하겠지만) 생각해 왔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그랬던가 다시 한 번 반성해 보았다. 나는 아이들을 공부 못한다고 차별하는 선생이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해왔지만 내 안에 장애인을 볼 때 움찔하는 마음처럼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남다른 면에 대해 움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바르톨로메는 장애의 몸에도 불구하고 영특한 재능도 있고 맑은 영혼과 자존의 영성도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못 볼 뿐이다. 내 눈에 안 보인다고 없는 것이 아닌데 우리는 많은 장애인들을 보면서 그 안에 숨겨진 영성은, 있으리라고 짐작조차 못하기도 한다. 바르톨로메를 개 취급하는 공주도 나쁘지만 길거리에서 만난 장애인을 보고 에구, 불쌍해서 어쩌나, 저렇게 살 바에는 태어나지나 말지.. 하고 혀를 차는 할머니들도 좋은 사람들이라 말하기 어렵다. 우리를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나를 하찮은, 혹은 없는 존재로 여기는 태도이다. 그것에 저항하지 못하면 살아남을런지는 모르나 내 영혼은 존재감 없이 날아가고 말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개가 아니라고 외쳤던 바르톨로메의 영혼이 아름다운 이유는 거기 있는 것이다.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누구도 개가 아니다. 그리고 공주도 사람이다. 바르톨로메가 사람이듯이. 더도, 덜도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