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아트 스피치 - 대한민국 말하기 교과서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양반, 강의로 인기와 부를 얻었을 텐데 이 책으로도 돈깨나 벌었겠다. 서점에 가보니 베스트셀러 가판에 깔렸다. 잠깐 서서 읽어보니 참 재미있다. 하지만 망설여진다. 이런 책들에 편승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만, 잠깐 읽은 부분 중에 딸과 오랫만에 대화를 트게 된 이야기가 자꾸 마음에 남는다. 아무리 말을 걸어도 마음을 잘 열어보이지 않으려는 딸과 우연찮게 영어로 대화를 시작했다고. 저자의 말로는 엄마보다 영어를 잘하는 딸은 대화에서 우위를 선점하자 마음 속 이야기를 터놓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점점 마음을 안 열어주려는 아들딸, 그리고 학교의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입을 열게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이 고심한다. 상담실에 있을 때에는 첫 마디를 열게 하는 게 참 힘들었다. 일단 시작하면 그 다음엔 아이들이 알아서 말을 하지만 처음 마음을 여는 것이 관건인데, 그것을 김미경 씨는 '말의 권력'으로 해석한다. 아이들이 선생이나 부모 앞에서 자신이 취조를 당하고 상대방에 의해 무언가가 캐내지려 한다고 느낀다면 당연히 방어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하고 싶은 말이 많거나 자기가 주도를 한다고 생각한다면 시키지 않아도 말을 할 것이다. 내가 진정 아이들의 말을 듣고 싶어한다면 나는 주도권을 쥐고 있으려 애써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리고 집에서 전에 언젠가 누군가에게서 받았던 김미경 씨의 강의 동영상을 보았다. 옆집 아줌마 수다떨듯 이야기하는 게 편안하기도 했지만 말잘하는 법을 강의하는 그 사람이 출연자들에게 말을 시켜보고는 그들을 주눅들지 않게 하면서도 칭찬하면서도 가르칠 내용을 잘 가르치는 것을 보고(가령 제스처나 눈빛 같은 실용적으로 꼭 알아야 할 것들도 잘 가르치면서) 괜히 이름을 얻은 사람은 아니겠구나 싶어졌다. 재미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말 잘하는 어떤 비법을 배우겠다는 생각보다 누군가의 자전적 에세이 같은 걸 읽는 심정으로 편하게 읽고 싶어졌다.  

지하철 몇 번 오가며 읽을 만큼 재미도 있고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다. 역시 예상대로 발음이나 기술 같은 것의 문제가 아니라 필자의 주장은 콘텐츠(뭐,. 쉽게 말하면 내용이겠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 에피소드를 잘 활용하라는 것도 눈에 띈다. 좋은 이야기다. 내용이 없는 그럴 듯한 말들을 참 많이 듣고 산다.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에피소드는 진정성을 받쳐주는 기둥이 될 터이다. 다만 누구든 그의 글에 대해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에피소드'가 말하는이의 자기자랑이 되는 종류의 것으로 채워져서는 안된다는 것. 내가 연수나 강연에 가서 싫었던 강사들은 대개가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한 사람들이다. 자기자랑, 남편자랑, 자식자랑을 에피소드랍시고 떠들어대는 이들이 있다. 김미경 씨가  말하는 에피소드는 결코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그도 자기 어머니, 자기 딸, 자기의 살아온 이력들을 자주 활용하지만 거기 자랑은 그닥 없다. 아무리 좋은 강의도 자기가 잘났다는 느낌이 조금이라도 묻어나오면 잉크 한 방울이 흰옷을 온통 오염시키듯 불쾌해진다.  

그의 강의를 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참 재미있다. 구수하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물론 이야기를 잘 구성하는 능력도 뛰어나고 똑같은 주제 똑같은 에피소드도 감동적으로 마무리할 줄 아는 진정성도 있는 사람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온몸으로 이야기를 재미나게한는 능력이 분명 그에게는 있다. 개그맨들이 하는 이야기를 똑같이 해도 재미없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아무튼, 그의 강의도, 그의 책도 참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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