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도시락을 훔쳐 갔을까?
예안더 지음, 전수정 옮김 / 해와나무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지금은 고3인 우리 아들이 일고여덟 살 때 즈음, 서점을 순례하고 그림책 비평서를 여러 권 읽으면서 좋은 그림책 목록을 주욱 뽑아 그림책 무더기를 사들이고 아이들과 읽었었다. 매일 밤, 꼬물거리는 작은 아이와 이제 글씨를 더듬더듬 읽기 시작한 큰 아이를 양 쪽에 끼고 그 책들을 하나씩 읽어가던 그 시절이 힘들었지만 가장 아름답던 시절이었을 것 같다. 

우리 집 아이들은 이제 다 커서 그 그림책들은 조카네 집으로 뿔뿔히 흩어져버렸지만 올해 중1 기초학습반 아이들을 만나면서 다시 그림책을 읽는다. 읽기 쓰기가 잘 안 되는 아이들이고 엄마 없이 큰 아이도 있어서 그림책이 맞춤이란 생각이 든다. 최근에 새로 나와서 내가 잘 모르는  그림책을 아이들 옆에서 같이 읽는다. 소리없이 다들 그림책을 읽고 가끔 낭독을 하기도 하고 퀴즈도 한다. 서로 다른 책 내용을 친구에게 들려주기도 하고 간단하게 글을 쓰기도 한다. 

그 중 이 '누가 내 도시락을 훔쳐 갔을까?'는 학교나 도시락이나 원숭이나 다 아이들이 좋아할 소재들인데다가  친구의 없어진 도시락을 찾아주는 아이들의 마음과, 도시락을 훔쳐먹은 원숭이를 이해하는 마음이 참 예쁘고 따뜻해서 더 재미있는 책이다. 왕따니 뭐니 하고, 친구가 곤란해져도 나 몰라라 하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인성교육을 겸해줄 수 있는 참 좋은 책이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한 20년 전쯤으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하지만 뒷산에 나타난 원숭이 이야기를 보면 얼핏 풍경이 비슷해 보여도 중국(대만) 이야기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살짝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지금 나와 공부를 하는 두 아이, T와 J는 친구들에게 괴롭힘도 많이 당하는 아이들이지만 서로 다른 책을 읽고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땐 자신감도 넘치고 의기양양해지기도 한다. 나는 나대로 다른 그림책에 빠져 책을 읽는 시간에는 내 아기들이 어렸을 때의 시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특히, 일찌감치 엄마가 도망가버려 없는 J, 그래서 그림책도 충분히 읽을 기회가 없었을 그 애에게 이 시간이 읽어버린 어린 날을 조금이나마 채워주는 시간이 되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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