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순한 기쁨
아베 피에르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01년 5월
평점 :
한비야의 언급으로 알게 된 피에르 신부는 뭐랄까, 그야말로 박애주의자이다. 어린 시절 많이 들은 슈바이처 박사의 아프리카 선행을 떠오르게 한다. 물론 피에르 신부의 박애는 강력한 실천력을 담보하고 있어서 울림이 크다. 한비야 씨의 에너지 넘치는 인류공영의 이상이 떠오른다. 닮았다.
그들 삶의 10분의 1, 100분의 1도 흉내조차 내지 못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역량만큼, 감동 받은 만큼 실천을 하리라. 그런 실천들이 모여 큰 강물을 이루기도 하리라. 그런 의미에서 그런 역동을 불러일으킨 이들 인물은 진정 위대하다. 한 인간이 해낼 수 있는 일의 총량은 한정이 되어 있지만 그것이 감동과 감화의 물살을 타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그야말로 한알의 밀알이 발아되어 이루는 기적인 것이다.
다만, 나는 사람들의 모든 행동은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들의 정치적 입장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하긴 했다. 정치적 입장을 꼭 가져야만 하는 것일까, 오히려 그것이 사람들의 정신을 교조에 가두곤 하지 않는가, 즉, 한비야는 어떤 정치적 입장도 표명하지 않기에 더욱 아름답고 힘있는 인물이지 않은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하는 이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신념'이 옳다고 믿기에(그러니까 나 역시 나 자신의 요구나 주장이 다른 사람 눈에 그렇게 비칠 수 있다고 인정하기에) 다만 개인적인 소망으로, 두 분의 에너지와 박애정신이 좀더 명확한 방향성을 가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맑으면서도 힘있게 산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맑기도 힘든데, 힘있기도 힘든데,
그 두가지를 함께, 그것도 사람들 사이에서 명성과 영향력을 인정받았음에도(즉 권력을 쥘 가능성을 지녔음에도) 세속의 욕망에 물들지 않을 수 있음은 진정 아름다운 일이다. 이기적으로 살려는 마음을 자꾸 다잡아 주고 뒤에서 잡아당겨주심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