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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의 섬 ㅣ 사계절 1318 문고 28
한창훈 지음 / 사계절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내 삶에, 서이의 그 바이올린 아줌마같은 이가 한 번 들어왔으면, 하는 꿈, 이미 지난 꿈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순진한 책에 조금 머뭇거리며 별을 더 주고 싶어진다. 바닷가에 살아본 사람만 쓸 수 있는 소설을 한창훈이 썼음은 분명하다. 열여섯 소녀의 마음과, 온 세상을 유랑하고 돌아온 '악사' 여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자들의 그 미묘한 울림과 공감을 가슴만 따뜻한 남자들은 잘 알기 어려울 것이다.
딸애 책상에 놓고 나왔지만 재미없다고 외면당했었다. 나는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다. 음악적 공감대를 표현한 부분은 좋았다. 피아노에 젖어들곤 하는 딸은, 그리고 한 때 자발적으로 바이올린을 배웠던 열네 살 딸은 아줌마가 등장하기 시작한 중후반기부터 공감하며 읽지 않을까. 앞부분만 읽고 덮어버린 녀석에게 다시,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어쩌면 사막의 허무를 아이도 느끼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아직은 못 버리겠다. 바다에서 몰려오는 안개를, 바다 근처 삶의 추억을 갖고 있는 엄마만큼 실감은 못할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