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곤 실레 시공아트 12
프랭크 휘트포드 지음, 김미정 옮김 / 시공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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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만 보았을 때, 뭉크처럼 정신적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게 아니라면 고흐처럼 가난하고 인정받지 못하고 불행한 자였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을 왜곡해 표현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 모든 예측은 책을 읽으면서 다 어긋났다. 실레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끄는 몇몇 유명한 그림보다도 더 좋은 그림을 그리는, 훌륭한 화가였고, 생각보다 행복했고 생각보다 평범한 자였다. 그의 독특한 자의식을 놓고 평범했다고?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른다. 실레는 드높은 자아와 남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영혼을 가진 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자의식은 높았을지 몰라도 영적으로 미숙했던 사람이고 자기 재능을 감당하기에는 세속적 욕망이 거셌던 범인이었다.  

이 책은 정말 빨리 읽힌다. 번역이 잘 된 게 분명하다. 글씨가 빼곡한 데도 금방 몰입이 되고 술술 읽힌다. 그렇다고 흥미 위주의 글도 아니다.  도판이 충분하진 않지만 흔히 알려진 그림보다 더 많은 그림에서 오히려 그의 생과 자의식보다 깊은 그림들을 보았다. 미술공부하는 아들 녀석이 그림에 감탄한다. 선은 자유로우나 구도는 탄탄하다. 불안정하나 안정된 구도와 색감이 묘한 매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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