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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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중에, 자신이 어쩌다가 대한민국 여성이 닮고 싶은 여성으로 꼽히게 되었는지 의아하다는 내용이 나온다. 한비야 씨 말대로 돈을 많이 버나 권력이 있나... 도대체 무엇이 대한민국 여자들 특히 젊은 처자들의 가슴에 그이는 희망의 불씨를 지폈나. (어찌 보면 대기업 여회장이나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그 젊은 처자들의 별이 아니라는 것이 그나마 이 어두운 세상의 희망적 요소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한비야를 생각하면서 문득 전혜린이 생각났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를 전혜린. 나 고등학교 시절 여고생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전혜린. 독일 슈바빙 거리를 레인코트 자락 날리면 걸었을 젊은 지성이었던 전혜린. 그 때 전혜린이 당시 젊은 처자들의 삶에 하나의 지표가 되었다면 한비야는 21세기에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둘의 공통점은, 첫째, 여자들이 쉽게 하기 어려운 '외국 경험'에 있다. 둘째, 자유로움이다.  가족과 결혼, 남자로부터의 자유로움. 셋째, 맘껏 공부하기이다. 넷째, 책으로 자신을 알리고 다른 사람들(특히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었다는 것, 그리고 앞의 것들과 연관되지만 외국어 구사 능력이다. 결국 능력있고 자유로운 여자, 이것이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국 여자들의 희망사항이라는 것이다. 

물론 전혜린과 한비야는 다른 점이 더 많은 사람들이다.  

전혜린이 있는 집 자식으로 남들이 꿈도 못 꿀 독일 유학을 했던 데 비해 한비야의 해외 체험은 거의 자력갱생 수준이라는 점, 전혜린의 공부가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법학이었던 데 비해 한비야는 주로 어학을 중심으로(물론 그 사람이 자기 전공을 살려 공부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학위를 위한 공부보다는 삶 자체에 필요한 공부를 했다는 것이 다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혜린이 자신의 삶에 매몰되어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마감한 반면, 한비야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경험과 능력과 지적 자산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다른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주었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한비야를 사랑하고 그를 닮으려 애쓰는 오늘 날의 젊은이들은 30여년 전의 젊은이들보다 훨씬 건강하다. 세상이 거꾸로 간다고 하지만 분명 사람들은 발전하고 진보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도 들어 참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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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2-03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혜린과 비교하니 공감이 팍팍 옵니다.
저도 당근 전혜린에 열광하던 여고생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