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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심리학 - 가르치는 사람들을 위한 행복한 치유
토니 험프리스 지음, 안기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그러고보니 미국에서 나온 임상적인 교육학 책들이 꽤 많이 읽히고 있는 것 같다. 그 책들은 은근히 나를 불편하게 한다. 첫째, 우리의 학교 분위기와는 너무 다른 미국의 학교현장에 대한 이질감 때문이다. 인간적인 정서가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 교육과정, 상담하는 태도 등 둘째, 아이들을 대화와 이해로 만나야 한다는 데에는 조금도 이견이 없을 뿐더러 한국의 교사 일반이 범하는 오류(아이들에게 권위적으로 접근하려하는)에 일침을 가하는 괜찮은 방향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역시 우리 현실과는 너무 달라서 어떻게 접근하고 적용하란 말인가, 하고 은근히 화가 나기도 한다. 미국식이든 유럽식이든 우리는 넓은 세상의 다양한 교육방식을 공부해야 우리의 교육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로서 우리에게는 그런 공부가 필요하다. .
이 책은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다. 월간 '우리교육'에서 교사의 분노를 다룬 기사에서 참고도서로 소개를 했기에 읽기 시작했는데 뭐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게 당장 분노조절법을 다룬 것은 아니다..
전반적인 기조는, 교사가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하고, 그것이 생기면 바로 풀 수 있어야 하고, 학교에서 높은 자부심을 유지해야 좋은 교육이 행해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나는 교사의 입장에서 매우매우 공감한다. 한편, 이것은 미국적 상황에서 나온 글이기에 한국의 교사들이 받는 스트레스와는 좀 양상이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교사를 어려워하는 상황의 한국 학교에서 미국 교사들이 받을 법한 스트레스는 별로 받지 않는다. 업무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 아이들을 잘 지도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동료교사나 관리자, 교육정책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양상은 어떻든 교직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여기 소개된 이완법이나 여러가지 체크 리스트들은 쏠쏠하게 쓸만하다. 책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동료교사들과 체크를 해 본다면, 또는 소모임 들에서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심지어는 뒤쪽에 교장의 스트레스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그래, 생각해 보면 교장도 교사들을 만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자부심없이 스트레스 만빵인 교장이 좋은 교육을 할 수는 없으므로 교장들의 스트레스도 해소해야 한다. 그런데 그 부분을 읽으면서 그래, 이건 미국 이야기지? 우린 왜 교장의 스트레스를 걱정하기 이전에 어떤 사람이 교장이 되는가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가,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별 관련은 없는 이야기인데, 우리 나라에서도 교장 선생님들이 미국처럼 말썽 피는 학생들 상담을 맡고, 그 녀석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좀 받았으면 좋겠다. 교육청 눈치 보느라 스트레스, 학교성적 안 나올까 성취도 평가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거 말고. 아니, 교사들과의 관계에서도 스트레스 받았으면 좋겠다. 교사들을 잘 이끌고 그 마음에 서운하고 맺힌 거 없이 어떻게 함께 나아갈까 고민하는.. 그런 스트레스 말이다. 교사들이 모두 훌륭해진다고 해서 과연 이 땅의 교육이 좋아질지, 교장들이 모두 괜찮은 사람들로 자리를 채운다고 해서 이 땅의 교육이 정상을 되찾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되면 쪼끔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반성과 더불어 걱정 한 가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