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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읽은 어느 건축 관련 책보다 중구난방이었지만 건축전문가가 아닌 문학가가 쓴 글이기에 더욱 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을 하는 사람은 볼 수 없는(즉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보이는 미학적 측면들을 정말 문학적인 표현으로 풀어낸다. 아름다운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들 뿐 아니라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상념들이 펼쳐진다. 즉, 과학적인 글은 아니로되 문학적인 글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 담겨있는 도판들, 칼라가 아니라서 아쉬운 것도 많지만 볼거리를 많이 제공해 주었다. 내가 보고 싶었던 독특하고 아름답고 정서가 담긴 집들, 건축들, 디자인들.
일관된 주제나 의미들을 찾으려 들면(특히나 사회적 의미 같은 것?) 이 책은 뭐 그다지 시간을 들여 읽을 만큼 위대한 책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소설을 읽듯이 이 책을 읽었다. 책 속 사진이 예쁘면 스케치북에 옮기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아름다운 건축물에 어떤 공식이 있을까? 질서있음? 규칙적임? 인간생활에 복무함? 공동체에 기여함? 사회적 의미? 역사적 의의? 창조성? 여러가지 미덕이 있을 것이고 보통은 그 중 일관된 하나의 주제를 밀어부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그런 게 있는데 내가 건성건성 읽어서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이 사람은 산책하듯, 집안에 있는 사진집을 들쳐 보듯, 편하게 티비를 보면서 단상을 붙잡듯 그렇게 글을 써 나간다. 시선은 묵직하지 않다. 그게 더 좋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