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교사들, 남미와 만나다
지리교육연구회 지평 지음 / 푸른길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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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서 자유의 냄새가 좀 난다. 사실 여행이란 게 몹시 피곤한 일이다. 두렵고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특히나 무거운 짐을 지고 발로 뛰는 여행은. 그런데도 그걸 감내하는 사람들의 영혼에는 날개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여행기들, 특히 전문 여행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이나 예술적 기질을 지닌 사람들의 여행기는 참 자유롭다. 그런데 교사들은 어떨까. 방학이라는 특수한 혜택의 기간에는 자유의 날개를  펴기도 하지만 교사들은 기질적으로 안정적인 편이고, 그렇지 않았던 사람조차도 그렇게 변하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의 미덕은 정말 선생님들 답게 조근조근 잘 가르쳐준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나는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 언젠가 꼭 가 보고 싶은 남미의 이곳저곳에 대해 지도도 그려보고 메모도 하면서 읽어보았다. 앞에 '바람의 노래~'처럼 또는 체 게바라나 빅토르 하라의 전기문처럼 일관된 주제로 이어지는 글과는 또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무슨 지리 공부를 하라고 하는 학습서같은 책은 절대 아니다. 일반적인 여행객들이 여행사와 함께 다니는 코스와 달리 이 선생님들은 소위 '잉카문명'의 유적지 타완틴수요를 따라 걷는다. 사막도 불사하고 거대한 무덤같은 광산지역도 간다. 고산병에 시달리면서도 간다. 나도 남미를 가보고 싶지만 저렇게 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이들을 따라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마추픽추의 사진을 보니 다시 거기서 찍었던 빅토르 하라의 사진이 기억난다. 망토를 흩날리고 서 있던 하라.. 이 책은 특히나 원주민들의 잃어버린 역사를 가슴 아파하며 안타까운 애정을 보일 뿐 어떤 입장이나 감성을 대체로 드러내지 않는 편이기는 하지만 수고를 다한 여행객의 성실한 보고이다. 참으로  자상하여 읽는 것만으로도 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저절로 공부가 되게 한다.  

그리고 참 부럽다. 나도 동료 선생님들과 여행을 가보고 싶다. 선생님들 눈에만 보이는 아이들이며 교육이며 책이며, 학교며...이런 것들에 시선을 함께 맞출 팀과 함께 동유럽이며 남미를 다녀볼 기회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누가 이런 거 기획 안 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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