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에니어그램 상대를 아는 에니어그램 - 바람직한 관계를 만드는 아홉 가지 방법
레니 바론.엘리자베스 와겔리 지음, 주혜명 외 옮김 / 연경문화사(연경미디어)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전문상담교사 공부를 한 직후에 친구의 권유로 (친구가 에니어그램 강사다.) 8시간짜리 지도자 과정을 공부했다. 한 시간 강의를 빠져서 자격증은 못 받았지만. 솔직히 그 때 나는 상담공부 과정에서 각종 심리검사들을 거치며 조금 지쳐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의 성격 혹은 심리, 병리학적 정신 상태를 분석하기 위해 유형화하는 방식은 참 다양하고 꽤 정확하지만 그렇게 분석해서 뭘 어쩌자는 것인가 하는 회의에 자꾸 빠지곤 했었다. 이 사람이 INTJ유형이든 5번 유형이든 우울감이 높게 나오든, 그림 검사에서 사회성이 결여되었다고 나오든, 그것이 그 사람의 문제를 정작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그 사람은 숲의 젖은 바람을 좋아하고 가끔 흙을 주물러 뭔가 만들 줄 알고 밤을 새며 시를 베껴 적어 친구를 위한 시집을 만들 줄 아는 사람, 이 아니라16가지 유형 중 하나, 9가지 유형 중 하나, 다섯 가지 영역 중 어떤 영역의 IQ가 평균 이상이거나 이하인 사람, 이렇게 분류된다는 것이 참 우습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서 삐딱한 마음으로 강의를 듣긴 했지만 강사는 내내 에니어그램이 사람들을 유형화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는 점을 강조했던 것은 마음에 남아 있다. 나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관계를 풀어가는 첫 걸음이다. 학급에서 도저히 나와 맞지 않는 학생을 만난다. 그 아이에 대해 힘들어 하고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저 아이는 9번 유형인데 1번 유형인 나를 담임교사로 만났으니 녀석도 힘들겠구나,  녀석의 성취동기를 좀더 북돋워 주면서 천천히 함께 나아가야겠다... 이런 지향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에니어그램이라는 것이다. 

그 공부로부터 세월이 좀 흘렀다. 상담실에서 상담을 하고 교사연수를 하다보니 에니어그램을 더 공부하지 않을 수 없다. 에니어그램을 아는 것은 사람을 분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담하러 오는 아이들(혹은 교사들)의 말문을 터 주는 데 좋은 바탕이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한다. 자세히, 분석적으로 알고 싶어한다. 더구나 다른 이와의 관계, 그리고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받는다면 더더욱 흥미를 가질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미국인인 듯 싶은데, 에니어그램을 이론으로만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것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실생활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보았던 것 같다. 책 속에 나와있는 척도나 해석하는 방법들이 다른 두꺼운 책들보다 간명하고 재미있으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들이 많다. 표현도 정확하고 재미있는데 저자의 공인지 번역자들의 공인지는 잘 모르겠다.  

집에서 재미삼아 식구들과 모여서 유형을 맞춰보고 체크도 해 보고 서로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았다. 1번 유형인  엄마와 8번 유형인 둘째 동생은 함께 사는데 자주 티격태격한다. 둘 다 힘유형이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5번 유형이면서 4번 날개가 발달한 나는 4번 유형인 아들과 서로 부딪치기도 하면서 묘한 공감대가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한참 즐거웠다. 분석적이어서 재미있다기보다 화기애애해서 좋았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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