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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숲 1
이시키 마코토 지음, 유은영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천재 이야기는 질색이다. 천재와 미인은 날벼락 맞은 사람이나 어쩌다 비참한 가정에 태어난 아이와 다를 바 없는데도 자신의 노력에 상관없이 주어진 운명을 놓고도 잘난 체를 하기 때문에.
단, 천재를 사랑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거리를 두고 초연할 수 있는, 재능은 재능으로 받아들여 겸손한 이. 그런 천재는 드물긴 했지만, 천재이기에 세상에 끼칠 수 있는 영향과 더불어 인간적 귀감이 되어 세상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진다.
이 만화 속에도 엄청난 천재가 나온다. 그에게 재능은 반드시 행복한 일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천부적 재능은 피아노에 대한 뜨거운 사랑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한다. 그래서 이 만화 속 주인공 카이를 난 미워할 수 없다.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 만화를 읽은 나의 아들은 2년 정도 배우던 피아노를 그만 둔 상태였다. 그런 그가 조심스레 물었다. 엄마, 나도 피아노를 다시 배울까? 그렇게 1년의 휴지기를 거쳐 다시 시작한 피아노, 이제 그는 아무 불평이 없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기에. 그리고 한 번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은 쉽게 그 길을 접거나 잊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난 내 아들의 단단해진 음악적 영혼이 어여쁘다. 그리고 저 어린 영혼을 다시 피아노 앞으로 불러준 이 작품을 단지 만화라고 홀대하고 싶지 않다. 고맙다. 이런 것을 '작품'이라고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