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여기 등장하는 커트니는 '그 개가 온다'의 '개'와 많이 닮았다. 여유있고 재주 많고 아이들을 사랑한다. 둘째, 여기 등장하는 커트니는 그러고 보면 늙어가는 우리 부모의 모습 같기도 하다. 그렇구나. 그 세월이 다 인격에 반영되기만 하진 않을지 몰라도 나이듦이 대체로 사람을 지혜롭고 여유있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냄새나고 늙어 쓸모없다고 뒷전 취급받기 일쑤이다. 그 늙은 모습을 경제성 따지지 않고 순수하게 사랑해 줄 수 있는 것은 어린 아이들, 아무리 멸시와 구박을 받아도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희생할 수도, 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숨길 줄도 아는 것이 지혜로운 우리 어버이들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단순하고 쉬운 글 속에서 진정 삶을 깊이 바라보는 눈을 발견하듯이 남들은 그저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라고 부르는 책 속에 이러저러한 삶의 통찰을 담은 존 버닝햄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