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날 한 마리 개는
가브리엘 벵상 지음 / 홍성사 / 199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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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 표지 이미지도 안 뜨고 작가 이름도 안 나오는 이유가 뭘까? 이 책은 모니끄 마르땡이라는 벨기에 작가가 그린 크로키 북이다. 엄밀히 말하면 무작위적인 크로키 작품들을 모은 것이 아니라 한 개의 여정을 따라 노출을 길게 하여 한컷 한컷 찍어 모은 듯한 이야기가 있는 스케치북이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하듯 그림을 함께 보며 공감의 감탄을 불러야 할 터인데 글로는 그 재미와 아름다움을 충분히 표현해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이 책의 그림의 마구 급히 그은 듯한 선 중 단 하나라도 허투루 쓰인 것이 없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고즈넉한 그 한 장면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기를 좋아하겠으나 이 사람의 작품은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는 영화적 속도감과 선의 예술성과 버려지고 달려가야만 하는 개의 움직임과 표정 속에서 배어나오는 감성까지 다 즐길 수 있다.

단지 연필로만으로도 이렇게 그릴 수 있다니. 색채가 없어도 좋으니 평생 무채색으로만 그려도 좋으니 누구에게 보여주거나 줄 수 없어도 좋으니 나도 이런 스케치북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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