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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떠보고 싶은 포근한 손뜨개
송영예 지음 / 시공사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두번째 구입한 송영예씨 책이다. 요즘 사이가 좋지 않은 아들에게, 그 애가 좀더 크기 전에 엄마가 널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좀더 커서 내가 떠준 옷은 아예 입지 않게 되는 날이 오기 전에 한 번 더 입히고 싶어서, 스웨터를 떠주마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샀다.
내가 원하는 디자인은 눈에 띄지 않는 대신 이 책에서 '데님사'라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비 블루, 베이지, 따위가 면사의 느낌으로 살아있는 실이다. 비록 이번엔 아들녀석이 카키색을 원하는 바람에 굵은 모사로 스웨터를 뜨고 있지만 다음번엔 진느낌이 나는 세련된 데님사 폴라 스웨터를 떠주리라...
데님사 뿐 아니라 그것으로 뜰 수 있는 생각도 못했던 아이템들이 많다. 실이 무척 비싸긴 하지만 실력이 늘면 담요나 베개커버를 떠볼 생각이다. 아쉬운 건, 인형옷으로 장식한 가디건이 너무나 예쁜데 그걸 뜰 수 있는 실력이 되면 내 딸이 너무 커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 진작 예쁜 옷 많이 떠줄 것을...
지금 뜨고 있는 것은 풀색에 가까운 밝은 카키색인데 4.5mm 굵은 바늘을 뜨고 있노라니 안데르센이었나, 마법에 걸린 오빠들을 위해 가시풀로 옷을 떠서 입혔던 막내동생공주 이야기가 떠오른다. 손가락을 찔려 가며 오빠들 생각으로 간절히 뜨게질을 하는 여동생, 그 옷을 받아입고 백조에서 다시 아름다운 왕자로 돌아오는 오빠들...
나는 스웨터를 뜨면서 툴툴거리고 무뚝뚝하여 별 사랑을 받지 못하던 내 아들에게 미안해, 사랑해, 라고 기도하듯 왼다. 더 크기 전에 엄마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주렴, 이 스웨터를 입으며 마법에서 풀리는 왕자님처럼 우리 사이에 좀더 따스한 날들이 다가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