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글이 잘 어울렸다. 그러나 그것이 이 책을 산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도무지 알 수 없는 동물들의 저 오묘한 표정이 말이 통하고도 도저히 알아낼 수 없는 나의 사랑하는 이, 나의 어린 아들, 나의 악동들, 밉고 싫은 동료나 상사... 들과 어찌나 닮았는지 싶어진다. 그래, 말을 나눌 수 있거나 없거나 영혼과 생명을 가진 것들은 '알 수 없는 영역'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말을 뛰어넘는 표정과 몸짓은 또한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작년 내 반에 한 아이가 전학 왔다. 곱상하게 생겼지만 길고 고운 손가락에서 담배냄새가 나던 아이. 나중에 안 것이지만 오토바이 절도와 사회봉사의 전과(?)가 있던 아이. 그 아이에게 전학 온 초기에 이 책을 주었다. 마음 속으로는 주문을 외웠다. 난 널 꼭 졸업시킨다. 꼭... 그 아이에게 이건, 비밀인데, 그 책으로 독후감 수행평가를 해도 좋아. 이렇게 말하자 여자아이처럼 예쁜 글씨로 독후감을 써왔다. 난 우울할 때 자주 이 책을 읽는다, 아니 본다, 라고..
우여곡절이 아주 없진 않았지만 그 아이는 통학 시간만 한 시간 이상 걸리는 먼 거리를 마다 않고 1년 잘 다니고 졸업을 하였다. 하필 그 아이가 전학 왔을 때 내 책꽂이에 꽂혀 있어 준 이 책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