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티재 하늘 1
권정생 지음 / 지식산업사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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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둥병에 걸린 분옥이와 그녀를 사랑하는 동준이 이야기는 두세 번을 읽어도 눈물이 난다. 세상끝에 오두마니 홀로 놓여진 분옥이의 초라한 섬돌에 동준이 놓고 간 짚신이며 갈대비며, 동냥으로 모은 돈으로 사온 어여쁜 얼레빗, 그리고 저녁마다 들려주는 피리소리.. 그렇게 사랑을 전할 줄 아는 사람 몇 없는 지금 세상에ㅡ 그런 사랑 받을 수 있다면 아파도 좋으리란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렇게 살다가 동준이 품에서 죽어간 분옥이는 서럽지만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해야 할까...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삶은 군더더기 많이 달려 자아에 침잠하다 못해 자기도 모를 소리로 헤매고 다니는 요즈음의 소설과 달리 참으로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급히 좌절하기도 하고 곰실곰실 살림을 모아 다독거리며 잘 살아가기도 하고... 그 이야기의 진행이 어쩐지 동화처럼 뿌듯하기도 하고 전설처럼 아득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하나같이 할머니에게 고모에게 들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아직도 이산가족 모이는 자리에 가면 소설이나 동화, 아니 전설보다 더 기막힌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권정생님의 영혼은 특별히 작고 연약하다. 그래서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는지 모른다. 따뜻하다. 하나님이 그러라고 그분을 그리도 아프게 하셨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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