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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가는 향기 ㅣ 멀리가는 향기 1
정채봉 지음, 김복태 그림 / 샘터사 / 1987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 속의 잠언들이 좀 안일하다는 생각을 하던 무렵은 아마 글씨가 빽빽하고 내용이 심각하여 이 세상을 그 책 한 권 읽음으로써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을 듯 싶은 책들을 즐겨 읽던 때였나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다시 이 책의 (가끔 너무 교훈적일 때도 있지만) 짧고 깊은 이야기는 마치 시처럼 한 구절 읽고 열 번을 생각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게다가 어느 선사가 장난스레 붓질한 듯한 그림은 마음을 적당히 허허롭고도 편안하게 해준다 싶어 복사하고 약간의 색칠을 해서 교실 뒷칠판에 붙여두곤 했다. 아이들이야 이 말 많은 세상에 너무 많지 않은 말들로도 생각하고 감동하게 하는 이 책의 미덕을 깨닫지 못하고 만화보다는 품위있고 무게있는 그림에 눈길이 먼저 가겠지만, 어떠랴, 바로 이렇게 천천히 깨닫는 아름다움을 향해 어쨌든 우린 각자의 자리에서 출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