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의 제국
에릭 슐로서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구석에 자본주의와 빈부격차, 식민주의, 분단, 인종주의 들이 숨어있다. 그 모든 것들을 다 생각하며 먹고, 입고, 쓰고 말하고 사랑해야 한다면 얼마나 피곤하겠나. 그러나 이런 것에 대한 생각은 일종의 삶의 철학으로 그 사람의 생활태도의 기본을 만든다.

햄버거 한 입을 먹어도 거기서 자본의 논리를 볼 수 있는 안목은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저 밑으로 흐르는 기본 철학과 관련된 문제이다. 게다가 논증의 방법이 발로 뛰어 검증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믿음은 돈독해지고 독자들의 삶에 변화를 줄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이 막 한국에 출판된 무렵 유럽 여행에서 맥도널드를 은근히 비꼬는 여행가이드로부터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정작은 7차교육과정에서 법정 스님의 '먹어서 죽는다'라는 단원을 가르치면서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 그 내용의 일부분을 수업에 활용하기도 했다. 햄버거나 패스트 푸드를 몸살나게 좋아하는 아이들을 충격에 몰아넣어 당장 그것에서 손 떼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리란 것을 알고 있지만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15분 정도 들려주는 동안 아이들의 표정에서 최소한 유혹에 앞서 한 번쯤 망설이게 될 변화 정도는 감지할 수 있었다.

우리는 단원을 마칠 때 '음식문화신문'을 만들면서 불건강한 육식, 특히 인스턴트 식품에 대한 경각심을 정리했고 때맞춰 TV와 각종 언론에서 채식을 부추기면서 어느 정도 그 '의식화'에 대한 상승작용을 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앉아서 쓴 글과는 다른 생동하는 매력이 때로는 소설보다 흥미있었던 글, 그러나 그 노력과 논증의 방법보다 일관되게 빛나던 문제의식이 더 돋보이던 책, 거기에다가(이것은 작가의 의도는 아니겠지만)번역 과정에서 붙은 제목이 암시하는 그 바탕(패스트 푸드가 존재하고 번성할 수 밖에 없는 속성으로서의)... (그건 일종의 멋진 음식 고명 혹은 화룡점정과 같은 것)이 괜찮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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