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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이 희망이다
박노해 지음 / 해냄 / 199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126페이지에 '거룩한 사랑'이란 시가 있다. 그 시가 준 서늘한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사랑이란 감정은 숭고하고 아름답지만 발이 땅에 닿아있지 않으면, 심지어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면 사랑을 줄 수도 실천할 수도 없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다정한 눈빛으로 달콤한 말을 주는 것만으로 다 되지 아니하는 사랑, 손에 빗자루를 들고 땀흘리고, 수고하여 밥 지어 먹이고, 때로는 무모한 침입자들과 맞서 싸워서라도 지켜주어야 하는 것, 내가 진정한 어미라면 갖추어야 할 사랑의 조건.
숱한 사람들이 왜 그렇게 모질게 살고 있느냐고 묻고 의문을 가질 때 보여주고 싶은 시, 진짜 아름다운 사랑의 능력을 보여주는 시다. 누구는 박노해가 달라졌다 하고 변절했다고도 한다. 나는 근간의 박노해가 어떻게 사는지 모른다. 이 책이 나오던 당시의 설왕설래도 잘 모른다. 말들이 많은 것만 보아도 그가 '스타'가 되었다는 뜻이구나 씁쓸했을 뿐이다. 그러나 어쨌거나 '노동의 새벽'보다 '사람만이 희망이다'가 더 좋다. 적당히 타협했다고?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게는 그가 깊어지는 것으로 보였다.